하프 타임을 선용하자

하프 타임을 선용하자

[ 목양칼럼 ]

김명석 목사
2024년 07월 10일(수) 08:39
무더운 여름철이 돌아왔다. 여러 가지 뜨거울 일이 기다리고 있겠으나 그 가운데 기대되는 것이 프랑스 하계올림픽이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시차가 있어서 아마 올 여름밤이 더욱 뜨거워질 것 같다. 올 여름은 쉽게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기대가 크다.

올림픽 경기를 치르다 보면 스포츠 영웅들이 탄생하게 된다. 특별히 개인종목도 그렇지만 시간제 구기종목은 더더욱 치열한데, 이때 하프 타임(Half-time)은 매우 중요하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보통 15분의 하프 타임이 주어지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와 감독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지친 선수들은 쉼을 통해 새 힘을 얻게 되고, 감독은 전반전을 분석하여 후반전의 작전을 선수에게 지시하는 전략적 시간이기도 하다. 이 하프 타임을 잘 이용하면 전반전에 뒤지던 경기를 후반전에 이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느 팀이 하프 타임을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패색이 짙은 팀이 하프 타임을 잘 이용하여 역전을 시키는 경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도, 심지어 국민까지 더욱 열광하게 한다.

운동경기를 보면서 우리 인생도 하프 타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생의 하프 타임은 보통 40대에 찾아오는데 종종 50이 넘어서도 하프 타임을 갖기도 한다. 짧게는 1년, 1달 단위로도 있고 여름철 휴가 또한 일종의 하프 타임이다. 이 인생의 하프 타임을 잘 선용하면 인생의 후반전이 행복하고 말년이 아름답다. 이때 부부가 함께 가지면 더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인생의 하프 타임 때 신경 써야 할 것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생의 전반전을 잘 분석해 보아야 한다. 경기에 임한 선수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순식간에 전반전이 끝나고 만다. 이같이 인생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가 없는데 하프 타임에 지나온 인생을 냉철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인생의 하프 타임에는 쉼을 가지면서 인생의 감독이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프 타임에는 쉼을 통하여 마음을 비우고,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을 잘 들어야 한다. 우리 인생의 총감독이신 하나님은 내 인생의 전반전을 다 살펴보셨다. 어디에 문제가 있고 무엇이 약점인지 다 알고 계신다. 보완해야 할 대안도 갖고 계신다. 셋째, 인생의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된다. 총감독이신 하나님께서 인생의 하프 타임에 들려주신 인생 전략을 가슴에 품고 달리면 전반전의 실수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 전반전에 실수한 걸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전반전에 승리한 것에 너무 도취 되어 있어도 곤란하다.

또한 이 하프 타임의 원리는 목회자의 목회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그것이 짧게는 한 해의 여름 휴가이며 길게는 안식년이 될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떤 목사가 20년 넘게 휴가 한번 간 일이 없이 목회에 충성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져서 목회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안타까운 사실이 얼마 전에 있었다. 주변 동료들이 안타까워하며 하는 말들이 자신의 목회를 돌아볼 수 있는 목회의 하프 타임을 갖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한 것을 보았다. 젊은 목사이니 이때를 인생과 목회의 하프 타임으로 생각하고 냉철하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목회를 점검해 보고 보완한다면 아마 남은 목회 인생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중보하며 기도한다. 사실 목회의 안식년제도는 있으나 그 안식년을 목회의 하프 타임에 적용하는 교회와 목회자는 많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재정적 이유도 크게 한몫을 한다. 그래서 필자가 속한 순천노회는 몇 년 전에 목회의 하프 타임을 작은 교회 목회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바로 안식월제도이다. 안식월은 노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목회의 하프 타임을 갖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때의 비용은 시찰회와 노회에서 절반씩 부담하여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부담을 전혀 주지 않으며 서로 섬김의 시간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는 취지에 맞게 잘 실천되면서 타 노회에서도 부러워하는 제도인 것 같다. 돌이켜 볼 때 하프 타임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제도인 것이 분명하다. 안식일도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일종의 거룩한 하프 타임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영·혼·육에 필요한 하프 타임을 선용하자.



김명석 목사 / 구례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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