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필요한 오늘

방학이 필요한 오늘

[ 현장칼럼 ]

이은혜 간사
2024년 07월 12일(금) 08:00
전국의 Y-틴 청소년들이 모이는 회원대회의 날짜를 정하는 일은 매번 어렵다. Y-틴 임원들이 회원대회를 준비하려면 최소 한 달의 시간은 확보되어야 하는데, 방학 기간이 한 달이 되지 않는 학교가 꽤나 많기 때문이다. 이번 회원대회는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작년보다 한 주를 앞당겨 날짜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날짜에도 임원 2명은 '그때면 이미 개학이에요'라고 답했다.

한숨을 쉬는 임원들을 보며 짧은 방학에 대해 고민한다. 회원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실 방학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청소년들에게도 휴식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기 중 쉼 없이 공부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방학은 그 자체로 휴식과 여가를 보장하는 장치다. 혹자는 방학에도 방과 후 학교와 학원으로 청소년들은 바쁘다며, 방학의 유의미성에 관해 의심하지만 사실 이러한 사회에서 공교육이 제안하는 방학은 그 자체로 청소년들의 휴식 및 여가의 권리를 확인시키는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방학의 일수가 중요한 것인데,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 방학 일수는 약 78일. 프랑스 120여 일, 미국 102여 일, 영국 91여 일에 한참을 못 미친다.

방학은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그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교육은 가정과 지역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학교 밖에'도' 있다. 방학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질 기회와 이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방학을 줄인다는 것은 그 만큼의 다양한 경험을 얻을 기회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다. 오늘날 청소년의 입장에서 교육의 권리를 생각해 본다면, 그 권리는 온전히, 적당한 시간의 방학을 누리는 것까지도 의미해야 할 것이다.

학교를 벗어난 방학 기간, 전국의 친구들을 만난 Y-틴 청소년들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배웠어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할 용기가 생겼어요.",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의 추억을 갖게 되었어요." 그 말이 방학이기에 얻을 수 있는 배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들은 칠판과 책이 아닌 마주한 친구로부터, 함께한 시간으로부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용기를 잃지 않는 법과 주체가 되어 세상에 소리 내는 법,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법을 배운다. 서로를 스승으로 두고 가만히 앉아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다. 그 배움은 좋은 성적을 받고 서울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자체로 즐겁기에, 함께 하는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기에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배움에는 웃음과 자발성이 전제되고 온전한 쉼 역시 보장된다. 청소년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려 놀며 스트레스를 푼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시간을 활용하며 에너지를 얻고 쉼을 향유하는 것이다.

7월 Y-틴 임원들은 신이 났다. 방학이라 쉰다며, 좋아하는 서로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참을 떠들었다. 그들을 보며 시편 저자의 고백을 떠올린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2)' 쉼의 배움이 있는 그 길로 여호와가 인도하신다. 방학, 온전함 쉼과 더 넓은 교육의 기회. 어쩌면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이기에, 따라가야 할 길이기에 오늘 우리가 더욱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은혜 간사 / 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국 청소년운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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