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주사' 프로포폴

'우유 주사' 프로포폴

[ 다음세대우리가지키자(마약중독) ] 21

박종필·신숙희
2024년 07월 10일(수) 09:36
필자는 40세 이후 국가가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데,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지금까지 수면으로 진행했다. 이 때 주로 사용되는 수면용 마취제가 프로포폴(propofol)이다. 분명히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면 "마취제 투약합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깨어나니 이미 검사실이 아닌 회복실의 침대 위였던 경험들이 있다.

프로포폴은 1970년대 영국의 수의학자 존 버나드 글렌 박사 연구팀에 의해 만들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제다. 이 약제는 백색의 정맥 마취제인데 특별히 '우유주사(브라질에서는 leite da amnesia, 기억상실증 우유)'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수면내시경과 성형 수술 시에 많이 사용하는 약제이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엄밀히 말하면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가 아니다. 사실 환자는 잠이 든 것이 아니라 가수면 상태로 기억중추가 마비되어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다. 마취과 전문의에 의해 적정량을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양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호흡 억제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약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이 약제가 유명해 진 것은 2009년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가 그에게 치사량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과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을 오남용한 사건들이 자주 뉴스에 보도되면서 이다. 이 일로 한국에서는 2011년에 세계 최초로 이 약제가 마약류 향정신정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류 관리과에서는 "프로포폴은 마약처럼 기분이 좋은'환각 효과'를 나타내 계속 투약하게 되는 정신적 의존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신체적 중독성은 없지만 심리적 의존성이 매우 높은 약품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에 걸쳐 프로포폴과 관련된 사망자 36명을 조사했는데, 환자는 16명, 그 중 수면내시경 중 무호흡으로 사망한 경우가 8명이었고, 나머지 20명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9명, 의사 4명, 병원직원 2명이었다. 특히 병원 등에서 프로포폴에 접근성이 쉬운 이들이 오남용에 노출되기 쉬웠다. 이들이 왜 이토록 프로포폴을 오남용하게 되었을까

중독의 문제는 결국 '얼마나 접근하기가 쉬운가'와 연결돼 있다.

브라질에서는 너무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사용하는지, 아주 작은 도시까지 어디에서나 언제나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마약판매상과 마약을 사러 온 사람들, 마약을 현장에서 사용하여 널부러져 있는 이들이 혼재해 있는 도시의 일부 도로를 점유한 채 마약의 땅이라 불리는 '끄라꼴란지아(Cracolandia)'가 존재하는 나라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개인적 용도로 대마초를 소지하는 것을 비범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마초 80개비에 해당되는 40g까지는 개인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기로 연방대법과 11명 중 8명이 찬성했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세계 최대 대마초 합법화 국가가 된 것이다. 결국 국가가 마약관련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것은 자인하는 결과가 됐다.

중독의 문제는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처럼(고전 5:6) 온 땅을 덮고 만다. 지금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신종 합성 마약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음지에서 누룩처럼 퍼지고 있을 것이다.

박종필·신숙희 / 총회 파송 브라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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