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 속 '가르침의 소명' 회복하길"

"'교권 추락' 속 '가르침의 소명' 회복하길"

[ 송년특집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12월 26일(화) 09:53
'대한민국 교육 붕괴'라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공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한 기독 교사와 학원선교 관계자들.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는 목숨을 끊고, 전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교사들은 집단행동으로 무너진 교권 회복을 촉구했다. 계속된 교사의 자살, 악성 민원, 학부모 갑질 등으로 표출된 교권 추락이 사회 문제로 대두 되면서 다음 세대를 세워나가야 할 교사들은 압박과 상처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직장가입자 우울증, 불안장애 진료 현황'만 보더라도 2018년 우울증 8만8127건, 불안장애 6만9164건에서 2022년 우울증 15만8066건, 불안장애 10만8356건으로 급속히 증가해 공교육 체계 개선과 그 중심에 있는 교사를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 사회, 그리고 한국교회의 큰 과제가 됐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영암교회에서 학원선교단체 넥타선교회 대표 김경숙 목사와 간사 김영근 목사, 용문고등학교 이아론 교사와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염영철 교사가 위기에 갇힌 공고육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교육붕괴'라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가르침의 소명'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은 '골든타임' 시기에 놓인 이들의 절규 같았다.

올 한 해의 공교육 현장을 되돌아본 이아론 교사(묵동교회 장로)는 "우리 사회가 스승을 존중하고, 교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지식 전달 이상의 전인적인 측면에서 '교육붕괴'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라며 "소명과 사랑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했지만, 실제로는 큰 괴리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최근 교사들이 명예퇴직 신청을 많이 하는 데 '교장, 교감' 직급에 승진하지 못한 교사들이 정년을 채우는 일이 거의 없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뒤늦게 신학을 공부 해 현재 군인교회에서 사역을 펼치는 목회자이자 홍대부고 영어 교사로 재임 중인 염영철 목사는 "지금이라도 교사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고백했다. 법적 제한으로 교사들의 활동이 위축 됐고, 공통적으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교과지도 외에는 학생들과 부딪히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방목', '무관심'만 팽배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교사들에게 '참고, 견딘다'라는 문구가 익숙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2023년 자신의 교육 현장을 '소망 안에서 인내심을 배우는 한 해였다'라고 규정한 염영철 목사는 "교권과 인권이 충돌하면, 교권이 먼저인 교육체계가 절실하다"며 "교육은 법제화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인격적 관계와 활동으로 학생들의 전인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아론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공동체성이 강화되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성경의 원리인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자신 만큼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라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나의 행복이 된다는 인식과 가치관이 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교육적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2023년을 "크리스찬 교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해"라고 규정한 이아론 교사는 "먼저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에게 본이 되는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고,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악한 환경과 상황에 공감한 김경숙 목사는 "공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예상보다 절망감을 더 많이 느끼는 2023년 이었던 것 같다"라며 "공교육에 대한 교회적 고민과 관심이 절실한데 교회 또한 교회적 구조를 지키는 일에 집중하면서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무너진 교권 회복을 위해선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의 공통 입장이었다. 아픔 중에 있는 교사들과 공교육 회복을 위한 지역 교회들의 작은 실천이 선행되길 원했다. 염영철 교사는 "교회가 지역 학교의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표출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교회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라며 "많은 후원과 지원도 필요하고, 넥타선교회와 같은 학원선교단체를 복음적 열심을 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아론 교사는 "한국교회가 아픔 중에 있는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을 영적으로 위로하고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며 "학교를 위해 교회의 공간 등을 제공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될 것이고, 먼저는 전국의 크리스찬 교사가 예수님의 자녀로 살고,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당당히 살아낼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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