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 목회자...편견의 벽 높지만 희망이 더 커요"

"파키스탄 여성 목회자...편견의 벽 높지만 희망이 더 커요"

[ 성탄특집 ] 그럼에도 메리크리스마스 ③ 파키스탄의 여성 목회자 로멜라의 크리스마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12월 20일(화) 13:28
WCC 제11차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움트다' 회원들과 함께 한 로멜라 목사.
"파키스탄에서는 무슬림을 믿는 이들이 97%입니다. 기독교인은 전체인구의 1.6%에 불과하고 대부분 문맹입니다. 그들은 박해를 받고 억압을 경험하고 주변으로 밀려난 경험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더욱 소외 당하는 여성 기독교인들은 저에게 자신들의 목소리가 되어달라고 말하며 여성 목사인 저에게서 소망을 본다고 말해요."

로멜라 로빈슨(Romella Robinson) 목사는 지난 2016년 3월 24일 안수를 받아 파키스탄장로교회의 두 번째 여성 목사가 됐다. 목사인 남편과 함께 6개의 농촌교회를 섬기면서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로멜라 목사는 비영리단체인 세인트 메리 영어고등학교의 교장이기도 하다. 아울러 네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로멜라 목사는 안수를 받은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 예배 시간 단상에 올라 설교 할 수 없다.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까지 설교를 한 횟수는 세례식 한 번, 결혼식 한번이고, 성찬식은 다섯 번 집례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대부분 교회에서 여성안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일부 교단에서는 엄격하게 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멜라 목사가 속한 파키스탄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of Pakistan)는 여성안수를 허락했지만 안수 받은 여성이 교회의 담임 목회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남성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교회에서도 남성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죠. 사실 저는 목사 안수 받던 날 목사가 되더라도 설교단에는 올라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웃으며 설교단이 제 자리가 아닌 걸 안다고 대답했어요. 저는 어차피 회중들 속에 있는 것, 사람들 속에 있는 게 좋았으니까요."

로멜라 목사는 한국의 젊은 여성 목회자들과도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다. 국제 에큐메니칼 모임에서 몇몇 한국 여목사들을 만난 후 교제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여성의 인권과 성장을 지지하기 위해 조직된 '움트다(WUMTDA)' 회원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소식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 관계이다.

지난 8월 31~9월 8일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제11차 WCC 총회에서 '움트다' 회원들은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어 간 목회자용 '로만 칼라'를 총회 부스에서 판매한 결과 며칠 만에 준비해 간 물건이 매진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움트다'의 '로만 칼라', 일명 '로멜라 칼라'의 판매 수익금은 로멜라 목사를 지지하고 후원하는데 사용됐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응원 속에서 로멜라 목사는 차별과 배제를 딛고 WCC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중앙위원에 선정되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로멜라 목사는 "2019년 대만에서 열린 AEWA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움트다 회원들을 처음 만났는데 그들은 파키스탄 교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남아시아 여성 중 한 명인 저와 연대해 사랑과 보살핌을 보내주었다"며,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기도와 연대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주님 안에서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멜라 목사는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여성 사역과 관련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한국교회와 협력해 파키스탄의 여성들을 교육하고 신학적으로 훈련시키며, 세계적으로 참여시키는 일에 쓰임 받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파키스탄 선교에 관심을 갖고 이곳의 여성들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봉사하고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로멜라 목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은 한국 교인들에게 인사하면서, 한국교회의 사랑과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밤낮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복을 주시고, 여러분의 봉사가 사람들 앞과 하나님 앞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이 성탄절에 하나님의 사랑 속에서 서로 나눌 수 있는 주님의 풍요로움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표현모 기자
전쟁터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길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④우크라이나인 아나스타샤 씨 부부    |  2022.12.21 08:34
"성탄의 기쁨, 모든 아기와 나눌 수 있어야"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①도움 기다리는 아기와 부모들    |  2022.12.15 17:19
"제가 아무리 계획해도 하나님이 이끄시겠죠"    그럼에도 메리크리스마스 ② 내년 대학원 진학을 앞둔 김수영 청년    |  2022.12.22 11:13
"파키스탄 여성 목회자...편견의 벽 높지만 희망이 더 커요"    그럼에도 메리크리스마스 ③ 파키스탄의 여성 목회자 로멜라의 크리스마스    |  2022.12.20 13:28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