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의 길을 찾다

뉴노멀의 길을 찾다

[ 12월특집 ] 2021년이 남긴과제 3)사회선교

조성돈 교수
2021년 12월 14일(화) 08:18
조성돈 교수
올해 부활절 때였다. 어느 대형교회에서 부활절 헌금을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컨설팅을 요청했다. 교회에서는 부활절 헌금을 이웃을 위해 선교헌금으로 쓰고자 했다. 그래서 지역에 자살예방을 위해 쓰기로 했고, 위기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소액대출 형식으로 가보자고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래서 담당하는 관공서에 연락을 했다. 몇천만 원이 될 헌금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왔다.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관공서에 위탁할 테니 필요한 사람들을 발굴해서 지원하자'고 했는데 "의논해 보겠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리고 물론 그 시도는 대답을 기다리다 흐지부지 깨어지고 말았다.

이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그랬을까에 대한 대답이 필요했다. 물론 공무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보건계통 공무원들이었으니 닥친 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냉대를 할 것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교회에 대한 비호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교회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고, 교회의 일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아니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 교회와 하면 본인들의 입지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2021년 사회선교에 대해서 돌아보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돕고자 하나 도움조차 받지 않겠다는 생각을 마주하는 것이다. 2021년은 코로나 상황 중간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은 올해 내내 유지되었고, 연말이 된 지금은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도움을 주고자 하고, 연대하고자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정한 일이 되었다. 정말 사회선교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일도 감당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교회 발 악재로 인해서 더욱 고립되는 어려운 가운데 있었다.

코로나19의 상황은 인류사에 있어서도 아주 특별하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볼 때 이렇게 팬데믹이 일어나고, 세계가 재난 앞에 섰는데 종교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배척 당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질병의 재난 앞에서는 교회를 찾았다.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병에 걸렸으면 나음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 앞에서 천국에 대한 소망을 위해, 천국을 가기 위해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교회로 찾아왔다. 특히 모두가 어려울 때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돌보고 구했던 것을 우리가 잘 안다. 그 결과가 초대교회의 부흥이었고, 종교개혁의 성공이었고, 조선선교의 실마리였다.

그런데 21세기 팬데믹에서 종교는 그 모든 역할을 내려놓게 되었다. 사람들이 교회를 찾지도 않고, 교회 역시 무엇을 도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고통을 호소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서 심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절망을 맛보고 있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교회가 도울 방법이 없다.

요즘 자주 듣는 요청이 교회가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답이 없다. 실제로 이번 글을 쓰기 위해서 봉사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바가 없다. 기사들을 살펴보아도 교회가 했던 특별한 일이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 상황에서 외국에 있는 구호단체들마저 철수해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그러한 요청에 드릴 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눈에 띄는 바들이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 상황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사역들이다. 큰 교회들의 사역이기는 한데 지역경제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형교회들이 지역 시장에 찾아가서 소비해 주는 일들이 있었다. 그 시장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그러한 것이 언론에서 좋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 광주의 신안교회는 지역에서 쓸 수 있는 화폐를 마련했다. 교회가 일부 지원하기도 해서 교인들이 지역화폐를 싸게 구입했다. 물론 교회가 발행한 것이고, 지역 상점들과 협의를 거친 결과이다. 특히 교회에서 식사가 안 되니 이 지역화폐로 근처 식당을 이용하도록 했다. 물론 지역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렇게 뉴노멀의 시대에 맞는 사회선교의 방법이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그래도 활발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더욱 민감한 주제이기도 했다. 교회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가 꽤 일어났고, 세미나와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제시되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는 '환경선교사'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교인들로 환경운동에 앞장 설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또 제로웨이스트샵에 대한 관심이 일어난 것도 의미가 있다. 청주다리놓는교회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제로웨이스트샵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온라인상의 반응을 보면 인터넷을 검색하여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것은 아직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환경을 주제로 하여 사회선교의 현장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비대면 시대에 맞는 봉사도 각 교회별로 나타나고 있다. 몇몇 교회들이 옛날 성미함의 정신을 이으며 공유냉장고를 시행하고 있다. 홍성에 있는 결성감리교회는 냉장고에 음료수와 반찬 등 다양한 것을 넣어 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이것저것 나눈 것이다. 어느 일반 방송의 뉴스에 이 교회가 나왔다. CCTV에 공유냉장고에서 어느 외국인 여성분이 먹을 것을 꺼내 가는 장면이었다. 이분이 나가면서 돌아서더니 아무도 없는 교회를 향해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 오늘날 교회를 향해 저렇게 절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농촌의 작은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감동이 되었다.

2021년 사회선교는 너무 어려운 때였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 나름의 길을 찾는 교회들이 나타났다. 그나마 이런 교회들이 2021년의 희망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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