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의 연작 판화 展 '심연에서 만난 빛'

운보 김기창의 연작 판화 展 '심연에서 만난 빛'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2월 23일(금) 09:36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고 다가올 부활을 함께 기다리는 사순절 눈에 띄는 전시회가 있다.

운보 김기창의 연작 판화 展 '심연에서 만난 빛(The Light found in the abyss)'이 오는 3월 30일까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교육적 목적으로 2년에 걸쳐 매입한 판화본으로,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판화 총 30점 가운데 '이집트로의 피신(마태 2,13-15)',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요한 20,13-18)'을 제외한 28점이 전시된다.

운보 김기창은 6.25 전쟁 당시 전북 군산에 있는 처가로 피난 갔다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렸다. 그는 그리스도의 수난이 전쟁 속 우리 민족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 한국적 성화를 제작했다. 1952년부터 연작을 시작한 그는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성화 작업에 몰입해 1년여 만에 '성모영보'를 시작으로 '그리스도의 승천'까지 총 30점을 그려냈다.

선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 아기 예수가 탄생한 구유 주변으로 보이는 초가집,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 마리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 그리스도는 마치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예수의 생애'시리즈가 한국 종교미술 토착화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기독교인으로 성화를 통해 '우리만의 문화와 사유의 방식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예술적 토착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운보 김기창 화백은 막내딸이 사랑의선교수녀회에 입회한 것을 계기로 일흔 살에 카톨릭 신자가 됐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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