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 |2023. 11.17
[ 사진과시편 ]   

나목(裸木)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뒤안 귀퉁이 감나무의 다디단 시절 멋스런 풍미도 스산히 땅 위에 나뒹구른다 창백한 밤은 기어이 오리다마는 영원한 생명의 태기가 꿈틀거린다! 하얀 눈꽃이 피고 순결한 별이 주렁주렁 달리고 달잎이 가지끝에서 여리게 떨리리라 우주의 성스런 품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끌어안으며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강석희 변호사/주안장로교회 안수집사

시간 위에 그리는 그림 |2023. 10.20
[ 사진과시편 ]   

삶은 흐르는 시간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텅 빈 캔버스 위에 여린 붓으로 꿈을 듬뿍 묻히던 푸릇한 때가 있었다 빈 자리가 허물인 양 숨 막힐 정도로 빼곡히 덧칠한 뜨거운 시절도 지나가고 어느덧 흰 눈 앉은 잔가지 위에 오도카니 웅크린 작은 새 모냥 먹선으로 스며드는 나 삶은 흐르는 시간 위에 여백을 그려가는 것이다 강석희 변호사(주안장로교회 안수집사)

바람은 시인이다 |2023. 09.15
[ 사진과시편 ]   

바람은 시인이다 휴일 아침 게으른 눈으로 누워 시를 읽는다 창틈으로 살랑 불어오는 가을의 향기 처마끝 풍경의 영롱한 울림 하느작 나팔꽃의 가벼운 속삭임 흐느끼는 코스모스의 연분홍 그리움 짝찾아 쏘다니는 메뚜기의 분주한 날개짓 바람이 가을 위에 써내려간 아름다운 시 내 부푼 마음은 가을속으로 풀어져 스며들고… 가을은 시집 바람은 시인 강석희 변호사/주안교회 안수집사

이끼 계곡의 감탄사 |2023. 08.18
[ 사진과시편 ]   

이끼계곡에 들어서면 우와……! 이끼계곡을 올라가면 오우……! 이끼계곡에 발담그면 오매……! 이끼계곡에 머무르면 이야……! 이끼계곡을 내려오면 에휴……! 이끼계곡의 감탄사는 진녹색이다. 강석희 변호사/주안교회 안수집사

동역자 |2023. 07.14
[ 사진과시편 ]   

흩날리는 빗살 어찌 홀로 피하랴 몰아치는 파도 어찌 홀로 막으랴 겉옷은 푹 젖고 마음 산산이 부서지는데 말없이 옆에 서 있는 이 있어 웃으며 손 잡아 주는 이 있어 작은 우산 엮어 하늘에 세운 견고한 망루로 후두둑 장대비 피하고 야윈 몸 촘촘히 모여 바다에 쌓은 믿음의 방파제로 엄습하는 파도 막는다 바닷가 모래톱에는 세월에 잘 깎인 몽돌 같은 이들이 쪼로니 정답게 구른다 강석희 변호사/주안장…

역행 |2023. 05.19
[ 사진과시편 ]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거센 물결을 거스르고 있다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는데 느리게 걸으려 무진 애 쓰고 다들 핸드폰 보는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몸 가누며 시집을 읽으며 즐거움에 취하여 달뜬 호프집에서 이방인처럼 술잔을 내려놓는 못난이 더 가지려는 세상에서 더 흘러보내지 못해 미안해 하고 땅의 일만 생각하는 사람틈에서 하늘 소망에 먹먹한 가슴 한 켠 세찬 여울목에서 맥없이 떠밀리지만 작은 …

볕뉘 두 줄기 |2023. 04.14
[ 사진과시편 ]   

볕뉘 두 줄기 살짝 열린 틈새로 가느른 볕뉘 줄기가 어둔 방안 깊숙이 파고든다 인생의 십일조를 섬긴 땅에서 마주친 아이들 해맑은 눈망울이 잊히지 않아 도저히 떨쳐지지 않아 다시금 황량한 아프리카 땅으로 남은 십의 구 마저 던지려는 무모한 젊은 이들이 있으니 손에 가진 것 하나 없기에 오히려 알 수 없는 내일의 삶을 주님께만 맡기며 살아가려는 아름다운 부부가 있으니 지나가는 나그네야 눈물자욱 …

너랑 걸어가니 좋다 |2023. 03.17
[ 사진과시편 ]   

아카시아향기 맡으며 새벽 일찍 길을 나선다 지나온 발자국 흐릿하고 앞에는 아득하고 가파르다 행여 미끄러질세라 불안하여 솔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온 몸을 떤다 외롭고 두려운 길 혼자라면 쉬이 지칠 법한 그 길 같이 걸어가니 좋다 수줍게 눈웃음하며 도란도란 걸어가니 좋다 너랑 걸어가니 좋다 강석희 변호사/주안장로교회 안수집사

1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