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장벽 뛰어 넘은 순회설교 사역

문화의 장벽 뛰어 넘은 순회설교 사역

[ 땅끝편지 ] 체코 장지연 선교사<4>

장지연 목사
2023년 09월 12일(화) 09:18
비스트리체교회에서의 예배 특송 모습.
필자의 사역지인 체코 실레지아 지역에서 사역의 지경이 넓어지게 된 동력은 지역 교회들을 방문하면서부터다. 기도회, 수련회 등 지역 교회들에서 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필자와 가족이 초청을 받아 특송, 한국과 한국교회 소개 등의 순서를 맡아 참여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지 목회자들과 친해지고, 교인들과도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지역 교회들의 상황을 덤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 교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설교 요청이 들어와, 말씀을 전하는 일이 필자의 중요한 사역 중의 하나가 됐다.

오늘은 많은 순회설교 중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5년 3월 8일에 오스트라바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비스트리체 루터교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이미 수개월 전에 그 교회로부터 설교와 특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약속이 돼 있었다. 필자는 한인 교인들을 데리고 주일 오전예배를 그곳에서 체코 교인들과 연합해 드렸다.

예배는 오전 9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일찍 서둘러야 했다. 그 날의 예배에서 필자가 맡은 순서가 많았다. 설교뿐 아니라 설교 전후로 특송을 두 차례나 맡았는데, 한인 교인들과 열심히 준비한 대로 은혜롭게 찬양했다. 찬양 곡은 체코 교인들이 익히 아는 곡들로 선별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불러도 체코 교인들이 가사의 의미를 알고 호응해 주었다.

교회가 제법 큰 편이었는데도 예배당의 좌석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참석 인원이 많았다. 더구나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실레지아 루터교단 총회장인 스타니슬라브 삐엔탁 목사님도 참석했고 예배 후에는 모든 한인 교인들을 위해 식사도 대접해 주었다. 예상 못한 일이었지만 정말 기분 좋은 환대였다. 그렇게 필자와 한인 교인들은 귀한 경험을 안고 오스트라바로 돌아왔다.

체코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설교 등을 준비하는 일에는 에너지 소모가 적지 않다. 더구나 필자 혼자 참석하는 것이 아닌 다른 한인들이 함께 했을 때는 훨씬 더 신경 쓰는 일이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언어장벽이 있기 때문에 예배 전체에 대한 통역 준비를 따로 해야 하며, 한인들이 루터교회 예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체코와 한국 교인들이 한 자리에 있을 때 언어적 문화적 장벽들이 가로 막고는 있지만, 성령의 은혜로 이 장벽들은 허물어지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 한 교회임을 깨닫게 된다.

또 다른 교회 방문 이야기다.

2018년 1월 21일에 스토나바(Stonava)에 위치한 조그만 루터교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5개월 전에 이미 그 교회 측으로부터 설교를 부탁 받았는데, 시간이 훌쩍 흘러 벌써 그날이 왔다. 교회를 찾아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추운 겨울 아침이라 길이 얼어 있어 빙판길인 데다 가지고 있는 내비게이션도 성능이 좋지 않아 긴장하면서 운전을 했다.

워낙 시골이라 예배 인원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난방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아 실내에서도 코끝이 시렸다. 설교 순서가 돼 단 위에 올라갔다. 루터교회는 대개 설교단이 높은데 이 교회도 그랬다. 설교 중에 모든 교인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체코어 발음도 영 좋지 않은데 외국 선교사의 설교라고 귀를 쫑긋하며 듣는다.

성찬식을 볼니 담임목사와 같이 인도했다. 필자는 교인들에게 성찬용 빵을 나눠 주고, 볼니 목사는 포도주를 건네 주었다. 예배가 다 끝나고 체코 교인들과 교제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바로 오스트라바로 이동하여 11시 한인 예배를 인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과를 준비해 두셨는데 손도 못 댄 채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빈손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듯 기어코 '꼴라취'라는 간식용 빵을 어느 교인이 싸주셨다.

담임목사가 밖까지 배웅해주면서 교통비에 쓰라고 200꼬룬(한화 1만 원)이 든 봉투를 조심스럽게 건네 주었다. 감사히 받고는 바로 교통비가 든 봉투 안에 여분의 돈을 넣어 '교회학교를 위한 헌금'으로 드렸다. 목사님은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헌금을 받으셨다. 6월 마지막 주일에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교회를 뒤로한 채 오스트라바로 향했다.

시골교회들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겹고 정겹다. 주위의 조그만 시골교회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고 신앙을 이어가는 모습에 감사가 나온다. "주님, 스토나바 교회에 속한 모든 교인이 신앙 잃지 않고 주님 의지하며 살게 하옵소서."

장지연 목사 / 총회 파송 체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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