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체코 목회자의 한국 방문

세 체코 목회자의 한국 방문

[ 땅끝편지 ] 체코 장지연 선교사<3>

장지연 목사
2023년 09월 05일(화) 11:00
2016년 체코 동역교단 목회자들과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한 필자(맨좌측).
한국 교회와 교류의 일환으로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체코 실레지아 지역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다녀갔다. 중고등부 학생은 비전트립, 청장년은 단기선교 형식으로 이곳을 찾아온다. 한국 교인들은 필자가 진행하는 사역에 참여하면서, 이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선교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울러 현지 교회의 모임에서 교인들과 우애를 나누며, 체코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교회들과 어떻게 복음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반면 체코 교회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아무래도 경비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싶다. 체코인들의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자체 부담으로 한국을 방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필자는 현지 동역 교단인 실레지아 루터교단(The Silesian Evangelical Church of the Augsburg Confession)에 "내가 힘껏 도울테니 한국 방문을 추진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에 응답해 세 명의 현지인 목회자와 2016년 4월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열흘이라는 일정 가운데 크고 작은 규모의 여러 교회들을 방문했고, 지역 교회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교회의 모습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새벽기도회, 주일 오전과 오후 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등에 참여하면서 세 명의 체코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체코 교회의 현황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필자의 파송교회인 여수동광교회를 비롯해 여수노회를 방문하고 지역을 관광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했다.

체코 목회자들의 방문 일정 가운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적지 않다. 체코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여서 체코인들이 바다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고 해산물을 먹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한국 방문 중에 해산물 요리로 식사를 할 때 한 체코 목사는 문어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여수에 머물렀을 때 한 체코 목사는 이른 아침마다 오동도 전체를 한 바퀴 돌고 오길래 필자가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바다 내음이 너무 좋아서 저절로 바다를 찾게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루는 여수의 해수욕장을 보여줬더니 체코 목사들은 옷을 벗고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아직 4월이라 물이 차갑고 씻을 곳도 마땅치 않아 필자가 당황하며 가까스로 만류한 기억이 난다.

한번은 서울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난 후 숙소 현관에 도착해서야 한 체코 목사가 휴대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휴대폰을 분실한 체코 목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휴대폰 안에 저장되어 있는 유용한 데이터들을 잃어버릴 것을 생각하니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필자는 그를 안심시킨 후에 잃어버린 휴대폰 번호로 전화한 끝에 통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미 멀리 떠나버린 택시 기사는 휴대폰을 택시 회사에 보관해 두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휴대폰을 찾는 즐거운 추억을 얻게 됐다. 또한 그 체코 목사는 한국의 카페에서는 휴대폰을 탁자에 둔 채 자리를 비워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자신이 분실했던 휴대폰을 찾게 된 일이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일정 중에 손양원목사기념관같은 유적지도 둘러봤는데, 체코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많은 순교자들이 나왔으며 그러한 경험을 간직한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고난과 순교의 과정을 겪은 일들이 체코교회와 닮아있다"고 하나같이 이야기했다.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느라 힘이 들었지만 그만큼 필자에게 큰 보람과 유익이 됐다. 세 명의 체코 목회자들은 그 뒤로 더욱 열심히 목회에 전념할 뿐 아니라 지금껏 필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휴대폰을 분실했다가 극적으로 찾게 된 이지 호두라 목사는 체코 교인들에게 한국에서의 무용담을 열심히 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새벽기도회를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 접목시켜 매주 수요일마다 새벽기도회를 갖는다고 한다. 한국 방문 내내 필자와 방을 같이 사용했던 루까쉬 슈테펙 목사는 지금도 삼겹살을 찾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하며, 실레지아 루터교단에서 차세대 교육과 훈련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한국 방문 일행 중 한 명이었던 토마쉬 띠를릭 목사는 현재 실레지아 루터교단의 총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필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장지연 목사 / 총회 파송 체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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