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선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 형성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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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특집 ] 이 시대의 '텐트메이킹 목회'를 말하다 3. 자비량 목회와 공적 책임으로서의 역할

정재영 교수
2023년 08월 25일(금) 10:06
정재영교수_실천신학대학원대
왜 자비량 목회인가?

최근 자비량 목회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흔히 이중직이라고도 하는 자비량 목회란 목회 이외에 다른 직업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교회에 목회자의 사례비를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여 목회하는 것이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교계에서 부각이 되었으나 큰 진전이 없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 여러 교단들이 더 이상 대안이 없는 상황에 이르러 사실상 허용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자비량 목회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오늘날 목회 환경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성장기에는 좋은 목회자를 청빙하기 위해 경쟁을 하다시피 했으나 침체기로 접어든 요즘에는 임지를 찾지 못하는 목회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목회자 수급 불균형과도 관련된다. 최근 신학교 정원 미달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목회자 수가 교회 수를 크게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 교회들 중에서 교인 수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들은 현실적으로 목회자의 사례비를 제대로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교회들이 전체 한국교회들 중에 대략 3분의 2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담임 목회자 월 사례비 평균은 216만원으로 나왔다. 22년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33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목회자 평균 사례비는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에다가 최근에는 새로운 목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자비량 목회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교인 수 50이하의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직 목회에 대해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49%, 그리고 "목회의 새로운 유형으로 적극 시도해야 한다"가 40%였다. 단순히 생계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중직 목회를 일종의 대안 목회로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중직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20%)라든지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를 하기 위해서"(9%)와 같이 생계 해결 이외의 이유가 40%를 차지하였다.



마을 목회형 자비량 목회

자비량 목회는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생계형, 자비량형, 선교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생계형은 오로지 생계 수단으로 이중직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지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 봉양이나 자녀 교육을 위해 직업 활동을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다음으로 자비량형은 목회를 하는 데에서 사례비를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직업 활동을 통해 사례비를 충당하는 경우이다. 자비량 선교를 하듯이 목회도 자비량으로 하는 것이다. 생계형과 자비량형은 외형상 큰 차이가 없으나 동기와 의도에서 차이가 있다. 생계형은 본래 자비량 목회를 할 의도는 없었으나 교회 형편상 사례비를 받지 못해 타의로 이중직을 하는 경우이고, 자비량형은 본래부터 성도들의 헌금에 생활비를 의존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선교형은 자비량형과 일정 부분 중첩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직업 활동 자체를 선교 활동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선교를 이루어가는 경우이다. 자비량형이 목회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 활동을 하는데 비해 선교형은 직업 활동 자체가 넓은 의미의 목회이자 선교라고 여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관점에서 자비량 목회를 의미 있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서 선교형의 하나로 마을 목회형 이중직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을 목회를 통해 자비량 목회를 할 뿐만 아니라 지역 및 사회 혁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마을공동체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데, 이것은 산업화의 결과로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생활환경이 더욱 척박해졌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추구하는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활동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것은 마을이 지역교회의 선교 대상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사회 혁신을 하는 것도 이 세상에 대한 교회의 공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목회의 지평을 향해

자비량 목회를 이전에는 특수 목회라고 생각하고 일반 목회에 비해 부수적이거나 하위에 있는 개념으로 이해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새롭고 대안적이면서 변화하는 사회에 꼭 필요한 목회 유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교회 밖에서 목회자의 영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역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목회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회 영역의 개발이 오히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관점에서는 목회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서도 자비량 목회의 일부로 이해하거나 그 영역 자체를 선교 영역이라고 이해한다면 훨씬 폭넓은 일에 대해서 목회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최근에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므로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목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교회의 본래적인 사역과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게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인 촌락공동체가 붕괴되었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다. 천박한 시장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삶은 자신과 자기 가족의 이기주의적 관심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상황을 혁신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고 지역사회를 공동체화 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목회의 지평도 더욱 의미 있게 넓어질 것이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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