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교로서 자비량 목회

새로운 선교로서 자비량 목회

[ 8월특집 ] 이 시대의 '텐트 메이킹 목회'를 말하다 2. 자비량 목회의 접근과 사역의 의미

성석환 교수
2023년 08월 18일(금) 11:17
세 번의 시도 끝에 지난 회기 본 교단은 자비량 목회를 목회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기로 허락했다. 국내선교부의 노력과 관계 위원회의 수고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 결정을 내려준 우리 교단 총회의 귀한 판단이었다. 우리 교단은 '이중직'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하여 '자비량' 목회라고 표현하기로 하였고, 이는 단지 생계형 이중직에 종사하는 목회를 넘어 시대적 요청에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국내선교부 산하 '자비량목회연구위원회'는 논의를 거치는 동안 여러 가지 실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예컨대, '자비량' 목회의 허용 기준과 실제적 지침을 마련하는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이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이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서 이미 '자비량' 혹은 '이중직'에 종사하는 목회자들에게 또 하나의 규칙이 만들어져 오히려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안고서라도 성안을 하여 교단 총회에 보고를 한 이유는, 생계문제로 인해 음성적으로 이중직에 종사하는 목회자들에게 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또 목회자로서 바람직한 '자비량' 사역에 임할 수 있도록 양성화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초기 다소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자비량' 사역에 대한 신학적 작업과 실행규칙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다양한 접근

국내선교부 산하 위원회는 지난 회기 이후 노회에 내려보낼 시행안을 마련하고자 계속 연구하였다. 그래서 자비량운영규칙을 설정하는 분과와 자비량 사역자들을 교육해야 할 콘텐츠를 준비하는 분과로 구분하여 연구를 계속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점검하게 되었는데, 특히 PCUSA의 동아시아 코디네이터 팀과 접촉하면서 미국사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본인이 해당 사례를 접한 것은 사실 7~8년 전이었다. 당시 미국에 잠시 머물 때, PCUSA도 자비량 사역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있었고, 당시 자비량 사역자들을 관리하는 여러 지침이 만들어졌다. 해당 자료를 다시 수집하는 동안, 이미 미국교회들은 관리의 단계를 넘어 자비량 사역의 형태로 새롭게 목회구조를 개편하거나 개척을 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럽의 경우 국가교회의 형태가 다수인지라, 우리와 사정이 달라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현재 영국 성공회의 경우에는 교회개척을 위해서 자비량이든 이중직이든 구분 없이 일정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서구 교회의 목회자들은 전임 목회자와 비전임 목회자의 사역형태가 공존하며 이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 어려움이 물론 있었을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교회의 위축 국면 속에서 채택된 정책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교단이 해당 정책을 수행하게 된 것은 사실 국내 다른 교단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고무적이었던 것은, 타 교단이 선언적 의미에 그친 일을 우리 교단은 매우 신중하고 정밀하게 사안을 다루었으며 노회나 개 교회의 현실까지 고려하여 진중히 연구하였다는 것이다. 여러 위원들은 모두 현재 자비량 사역자에 대한 배려와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였다.



자비량 사역의 의미

자비량 목회를 허용하게 된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시대적 흐름을 교단의 정책이 수용한 것이다. 자비량 목회는 우리가 파송받은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복음을 새롭게 표현하고 하나님 나라를 오늘의 시대의 언어로 증언하기 위한 선교적 실천이다. 북미에서 시작된 '선교적 교회 운동'과 영국에서 시작된 '선교형 교회 개척운동'을 참고하였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전통적 목회가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선교적 도전에 대응키 위해 채택한 것이다.

자비량 목회는 교회 '안'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것을 넘어, 복음을 더 다양한 삶의 형태로 증언하고 나아가 교회 '안'을 넘어 교회 '밖'의 교회로 사역자들을 파송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 전개되고 있다. 다시 교회당 안으로 불러들이는 전략만으로 새로운 선교적 도전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자비량 목회를 통해 미시적 삶의 현장으로 파고들어가 복음을 증언하는 이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래서 앞으로 교회의 부흥은 다만 교인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장에서 고통에 처한 이들과 만나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사회적 관계망 혹은 네트워크가 확장하는 방향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전통 교회와 이러한 자비량 사역자들을 이어주고 서로 지지하는 사역 형태가 확장될 수 있도록 교단과 신학교는 목회 형태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는 교육체계와 훈련 프로그램을 고안해야 한다.

우선 자비량 목회자들의 현장 소리에 민감하고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이들을 발굴하여 자비량 목회의 발전을 주도적으로 교단이 지원해야 한다. 바라기는 자비량 목회자들의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어 우리 교단의 자비량 목회를 위한 정책을 스스로 수립하여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단은 자비량 목회자들을 교회 '밖'으로 혹은 세상 '속'으로 파송한다는 의미에서 격려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보하도록 지원해 주기 바란다.

성석환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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