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의 목회서신, 목회자 위한 '이단 교과서'

신약성서의 목회서신, 목회자 위한 '이단 교과서'

한국신약학회 학술대회, 신약성서와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주제 다뤄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3년 05월 15일(월) 10:42
목회서신, 이단에 대한 교과서

한국의 이단은 개신교 전래부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세력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단은 더 이상 음지에만 있지않고 새로운 정통의 길을 모색하며 스스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가운데 신약성서의 목회서신이 목회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침과 교훈을 담고 있지만 목회서신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이단에 대한 경계와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교과서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목회서신의 삶의 자리는 이단과 마주한 현실이며 그 위협은 광범위하고 심각하기 때문에 디모데와 디도는 '바른 가르침'을 고수하며 '다른·거짓 가르침'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2일 열린 한국신약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이단의 도전과 교회의 현실 : 목회서신의 통일적 해석을 위한 시도'를 주제로 발제한 김영인 교수(서울신학대학교)는 디모데전서에 이단의 특성을 어느 정도 규정하고 있다며 목회서신을 이단에 대한 교과서로 규정했다.

이번 주제발제에서 김 교수는 목회서신을 분석하기에 앞서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의 교주 정명석이 통일교를 떠나기 전까지 '원리강론'을 가르치던 강사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서 이단으로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통일교'의 문선명의 역사와 '전도관'의 역사를 서술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성서에 등장하는 이단의 역사와 연결한 뒤, 목회서신을 '이단에 대한 교과서'로 보고 그에 대한 당위성을 이레니우스의 '이단에 대한 반박'에서 찾았다. 그 이유로 그는 150년대를 전후로 해서 살았던 이레네우스가 "디모데전서에 나타난 이단의 특성을 어느 정도 규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그는 목회서신 전체가 이단을 마주하고 있다고 규정한 뒤, 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분석과 해석의 결과, 그는 목회서신의 주된 목적이 '바르고 건전한 가르침/교훈'과 '잘못된 다른 가르침/교훈'과의 도전과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신화와 족보', '율법의 선생', '그노시스'에서 서술하는 내용들이 목회서신에 등장하는 이단들이 영지주의 혹은 유대주의자들, 아니면 영지주의적 유대주의자들 혹은 자유방임의 열광주의자들로 정의될 수 있는 이단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이단들의 대표적인 폐해인 교주에 대한 절대적인 신격화와 맹종, 그리고 가정과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재산의 헌납, 가출, 이혼 등 끊임없이 정치적 사건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목회서신은 초기 기독교 이단의 공격 앞에 때론 그들과 옳고 그름에 대한 쟁론을 통해 때론 그들과 거리를 두면서, 때론 그들과 전혀 상종하지 않으면서 교회의 규정, 직제, 조직을 통해 그리고 사도들의 임직자가 이어받고 증거하는 것을 통해 대응해야 하는 지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도 바울, 대적자에 혐오 언어와 심상 사용

바울은 자신의 복음을 전개하고 교회를 다른 복음을 이끄는 자들을 혐오했으며 수신자 회중과 혐오를 공유하기 위해 수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그 사례로 고린도후서 11장은 '기생충' 심상을 고린도교회의 거짓 사도에게 투영했다.

한국신약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그들은 기생충, 개이다: 바울의 혐오 수사학 돌아보기'를 주제로 발제한 이상목 교수(평택대학교)는 고린도후서 11장을 근거로 바울의 혐오 언어와 심상을 분석하고 이러한 혐오 언어와 심상은 교회의 위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대적자들을 향한 신랄한 혐오의 독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바울이 혐오 언어와 심상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혐오의 수사가 강하고 복합 감각적일수록 혐오 대상에 대한 반감이 강해져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혐오 언어와 심상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울이 가짜 사도들의 활동을 고린도 신자들의 후원을 이용하려는 기만적인 행태임을 폭로했다"면서 "바울은 문제의 사도들이 '순결한 처녀'인 고린도 신자들을 유혹해 성적으로 타락시키는 뱀과 같은 자로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울은 기생충과 성적인 불륜을 연결해 고린도의 '거짓 사도'를 신랄하게 공격했다면서 수신자가 가짜 사도의 정체를 바로 인식하도록 그들의 혐오스러운 실체를 바로 보고 그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혐오의 수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울의 혐오 수사는 빌립보서에서 한층 강화된 형태로 발견된다고 소개했다. 그 예로 그는 "바울이 율법 준수를 주장하는 자들을 '개들'이라고 부르며 일종의 비인간화를 통한 혐오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바울이 그리스도를 위해 '똥'으로 여기는 것들은 '개들'에게는 일용한 양식이며 그들은 '똥'에 집착해 멸망의 끝을 향해 달려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개'와 '똥'은 1세기 지중해 세계에서 흔했던 불결한 개들 그리고 그것들의 혐오스러운 행동을 복합 감각적으로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라디아서는 고린도후서 및 빌립보서와 비교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울은 갈라디아서는 저주의 언사를 주저없이 사용히지만 대적자를 특정하거나 이름을 명명하지도 않고 혐오스러운 자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 차이에 대해 그는 "바울이 갈리디아 교회들의 위기에 대처하면서 결국 그들이 자신을 따를 것으로 대적자들의 율법 준수 요구를 배척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혐오의 언어와 심상으로 공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바울의 혐오 수사학에는 선교 현장의 정황과 바울의 상황인식, 그리고 바울과 수신자 회중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