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비윤리성 비판은 인간적 해석에 기인

폭력성·비윤리성 비판은 인간적 해석에 기인

한국구약학회 학술대회, 구약성서와 폭력에 대해 신학적 해석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3년 05월 08일(월) 10:29


구약성서 안에서 폭력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해석이 다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구약학회는 지난 4월 21일 협성대에서 '구약성서와 폭력'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폭력에 대한 천사론과 신정론 입장에서의 해석, 윤리적으로 다시 읽기, 미학적 성서 읽기, 트라우마적 입장에서의 해석 등 다양한 발제가 이어졌다.

'하늘의 폭력과 신정론- 구약의 천상회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주제발표한 기민석 교수(침신대)는 구약성서 안에서 폭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신정론'이라는 주제를 가져와 야웨 하나님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기 교수는 구약성서 안에서 하나님이 야웨를 유일한 신으로 믿고 따르는 백성들과 성서의 독자들에게 충분히 폭력적이라는 말로 시작하며 사회와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어떤 일에 대해 하나님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선고하려는 신정론의 주제를 가져와 해석했다. 그 예로 창세기 6장의 홍수사건과 인과응보의 하나님이 욥에게 행한 무지막지한 폭력, 예언자 예레미야 고백("주는 내게 두려움이 되지 마옵소서") 등을 암시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의 폭력과 신정론 관련해 '천상의회'를 주목하고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대표적 천상의회 본문은 법적 의결을 통해 심판을 내려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는 점, 둘째, 천상의회는 유일신 사상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있는 구약성서 본문 안에서도 야웨 하나님 외에 다른 신적 존재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활동을 묘사하기 때문이라는 것, 셋째, 구약성서 주요 천상의회는 그 결의를 통해 폭력적 심판을 내려는데 그 수행하는 주제가 의회의 수장 신이라는 점 등이다.

또한 그는 포로 이후 천사론과 신정론에 대해서도 집중했다.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문헌에서 천상의 존재들이 유력하게 부각되는 현상은 대부분 포로 이후의 것으로, 특히 천사의 변화된 모습과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확장된 천상의 존재들의 역할과 지위, 그리고 지연된 종말은 야웨 하나님을 그의 백성의 원망과 비난으로부터 보호할 수는 있었지만, 고대 이스라엘의 불안정한 유일신 신관은 그 위기 가운데 슬며시 다신론적 요소를 취하게 됨으로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정리했다.

'헤렘의 하나님은 비윤리적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이사야 교수(남서울대)는 여호수아 6~8장 가나안 중부 정복 전쟁 내러티브 안에 드러난 피정복민/지 처리 명령의 비윤리성에 대한 신무신론적 비평에 대한 변증을 시도했다.

이 교수는 본문 분석을 통해 다섯 가지 항목으로 윤리적 교훈을 제시했다. 첫째, 여리고 멸망 이야기는 예루살렘 멸망이라는 심판 사건을 암시하고 둘째, 라합 이야기는 '남은 자' 사상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아간 이야기는 개인 과실이 공동체의 연대책임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넷째, 이방인까지 포용하는 보편 공동체, 다섯째 인신제사적 성격을 가진 전후 진멸 명령은 인간적 판단에 의거한 것일 뿐, 실제 신의 의도에 맞지 않다는 것 등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폭력성과 비윤리성에 대한 신무신론자들의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명령은 신적 명령이 아니라 인간적 해석(과 왜곡)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한복음 7:53~8:11에 나타난 구약의 '율법'은 무엇인가?- 운보 김기창과 렘브란트의 성화와 성경본문(요8, 신22, 레19)에 대한 미학적 성서해석'을 주제로 발표한 김진명 교수(장신대)는 간음한 남성과 여성에게 돌로 치는 사형 판결을 내렸던 신명기 22장 23~24절이 요한복음 8장 5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 이야기의 결론이 레위기 19장 20~22절에 주어진 율법과 연계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이 율법은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어떤 죄와 죄의식에서도 해방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본 예레미야 16장 해석'을 주제로 발표한 양인철 교수(장신대)는 예레미야 16장에 등장하는 상징 행동을 분석하고 예레미야가 경험했던 고통과 슬픔의 역사가 담긴 포로기 공동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소개했다. 특히 포로 공동체가 경험한 트라우마를 재해석하고 그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찾고자 했다.

양 교수는 예레미야 개인의 경험으로 갖게 된 트라우마를 남유다 공동체 전체의 트라우마로 이해하며 이를 문화적 트라우마 혹은 전승으로까지 간주하고 포로 공동체가 나라를 잃은 위기와 절망 속에서 경험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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