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되다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5>

송의광 선교사
2023년 04월 25일(화) 08:20
이웃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가정으로부터의 초대.
우즈베키스탄에서 장단기 사역을 했던 사람들의 모임.
2009년 우즈베키스탄으로 복귀하기 전에 한국에서 여러 교회들을 다니며 후원을 요청하였는데, 그 중 한 교회의 선교담당 목사를 만났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교사 출신의 선교담당이어서 후원을 요청하였다. 그 해 11월에 선교사 지원서와 몇 가지 서류를 함께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성탄절 즈음에 "당신이 우리 교회의 파송 선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년 이상 주 후원교회 없이 생활하던 나에게는 참 기쁜 소식이었다. 2010년부터 새로운 후원교회에서 후원을 받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사역을 지속할 수 있었다.

5월 초에 후원교회로부터 7월 첫 주 창립기념주일 밤 예배 때에 선교사 파송식을 하려고 하니 준비하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5월 13일 정부 기관의 요원이 집에 찾아와서 나의 여권을 압수해 갔다. 많은 선교사들이 갑자기 추방되는 그런 상황에서 내 여권을 압수당했으니 나도 꼼짝없이 추방을 당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참 힘들었다. 내가 나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추방되면 신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신학교 동료 교수들은 어떻게 될 것이며, 우즈베키스탄 교회는 또 어찌될 것인가? 이런 생각에 잠을 자다가도 자주 깨기도 하고 염려하는 시간이 많았다. 여권을 압수당하고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던 때에 나에게 힘을 주었던 찬송은 'Because He lives(살아계신 주)'였다. 그 가사 후렴을 영어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Because He lives / I can face tomorrow / Because He lives / All fear is gone//Because I know He holds the future / And life is worth the living just because He lives"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자주 이 찬송을 부른다. 힘들고 지칠 때에 이 찬송은 나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당하고도 살아계신 주님 때문에 지금까지 왔는데, 이 정도 어려움은 넉넉히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주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에 나에게는 미래가 있고 소망이 있다.

1주일만에 집과 가재도구와 책을 정리하였다. 책은 신학교도서관으로 보내고, 가재도구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2002년 입국할 때에는 40ft 컨테이너로 집에서 사용하던 모든 것을 가지고 갔는데, 나올 때는 1주일만에 정리하고 한 사람당 50㎏씩 도합 250㎏의 짐만 가지고 올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인생의 마지막 비슷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이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급작스럽게 닥쳐올 수 있고, 그 때에는 정리할 시간이 충분치 않고, 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되던 그 때의 일들은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깊이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사건이었다. 이로 인하여 나는 선교사로서 좀 더 종말론적인 마음을 갖고 살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이제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파송식을 준비하는 후원교회도 같은 고민이 있는 듯하였다. 나는 다음 사역지로 우크라이나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기는 러시아어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신학교 사역을 수행할 수 있는 적당한 조건의 사역지가 있었다. 그 신학교 설립자와 통화하며 그곳에서 일해도 좋겠다는 답을 들은 상태였다. 그런데 교회 선교부의 입장은 에티오피아에 설립된 병원의 원목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나는 아프리카 선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의료선교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내가 그 병원에 원목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참 희한한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 시간에 아무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지 않고 단지 담임목사의 "에티오피아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믿음으로 잘 감당하세요!" 한 마디로 면접이 끝났다. 에티오피아의 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도록 결정된 면접을 끝내고 나오면서, 내가 어려울 때 교회가 나를 파송 선교사로 삼아 주었는데, 이제 교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내가 가서 일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생각하였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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