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하나의 세상

선교, 하나의 세상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 <6>

허승우 선교사
2023년 02월 15일(수) 08:47
뉘른베르크 외국인교회들이 가정주일 연합 예배를 드리는 모습.(2016년 5월 8일)
뉘른베르크 외국인 지도자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 람베 목사 부부.
'Mission EineWelt(선교 하나의 세상)'은 필자가 살고 있는 바이에른 주교회의 선교부 이름이다. 원래는 '선교부(Missionwerk)'라는 이름이었는데 '선교 하나의 세상'으로 바꾸었다. 아마도 '선교'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공격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교적인 개종을 강요하기 보다는 여러 종교들 간의 서로의 존중을 주장하는 선교신학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

바이에른 주교회는 10년 전 바이에른에 있는 300여 개의 외국인교회들을 섬기는 '바이에른에 있는 문화 상호적이며, 개신교적인(Interkulturell evangelisch in Bayern)'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부서를 만들었다. 독일교회는 '외국인'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문화사이의'라는 말을 좋아한다.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 사이에서 그 문화를 넘어 그리스도와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배려의 마음이 담긴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이 모임의 모토도 "일치와 다양성(Einheit und Vielfalt)"이다. 우리 교회는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모임의 리더인 아구스와티 힐데브란트 람베 목사와 남편인 마르쿠스 목사( Dr. Aguswati Hildebrandt Rambe, Markus Hildebrandt Rambe) 부부가 귀하게 사역을 이끌어 가신다.

인도네시아 선교사였던 람베 목사 부부는 외국인들에 대한 이해도 많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다양한 외국인교회들이 잘 협력하도록 이끌어 준다. 2016년 5월 가정 주일(독일에서는 어머니날, Muttertag)에 뉘른베르크의 외국인 교회들이 연합으로 함께 드린 가정주일예배는 너무 뜻 깊은 경험이었다. 언어와 피부, 문화가 다른 만큼 예배를 드리는 형식도 다른 교회들이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기쁨으로 찬양과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 교회는 몸은 독일에 있어도 마음과 영혼은 늘 고국의 교회를 생각하며 예배를 드린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편안해 하고 그것에서 위로와 쉼을 얻는다. 예배는 일이 아니다. 예배는 하나님 안에서 영적인 쉼과 평강을 누리는 안식의 자리다. 일주일 내내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은 긴장 가운데 있었던 성도들이 교회에서 조차 그런 긴장을 가지고 예배 드리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로 기도를 드리고, 한국어로 하는 설교를 듣고, 예배 후의 친교도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한다. 작은 반찬 하나에도 위로와 기쁨을 누리는 것이 고국을 떠나 온 디아스포라 성도들의 신앙과 삶이다.

우리 교회는 한국에 있는 고국교회들처럼 선교하는 교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교회임에도 선교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과테말라(남선교회)와 캄보디아(여선교회), 마케도니아(청년회) 선교사들을 미약하지만 기도하며 섬기고 있다. 유학생들에 대한 전도와 양로원 방문, 어린이 호스피스 사역 지원, 유럽선교회, 독일선교회 지원, 기독교재독한인교회협의회 참여, 밀알 선교 등 다양한 선교 사역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가 오히려 선교와 섬김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독일교회는 1976년 우리 교회 1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부터 도움을 주었고, 우리 교회가 50년 동안 평안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었다. 지금 예배 드리고 있는 멜랑히톤교회도 예배당, 친교 강당과 4개의 교실들을 주일 오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고 있다. 10년 전 우리 교회가 멜랑히톤교회와 같은 지역 교회인 은혜교회의 목사관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른 경쟁 상대들이 있었지만 우리 교회에게 우선권을 주어 현재의 목사관 겸 게마인데하우스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교회는 편안하게 예배를 드려 왔기 때문에 건축헌금을 드리지 않았다. 교회를 건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일에 성경공부를 하고, 새벽기도를 드리며, 작은 그룹들이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작은 목양 사무실도 있어야 했다. 뉘른베르크에 성도가 많아 필자의 사택도 절실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 있었다. 갑자기 올라 버린 집세와 집값 때문에 목사관 구입은 불가능하였다. 은퇴 간호사인 임완선 권사께서 뉘른베르크 교회 교구의 부동산 담당자를 찾아 가셨다. 우리 교회의 상황을 이야기 하였더니 빈 목사관이 있다고 조언을 주었다. 그런데 이 목사관을 구입할 예산이 없었다. 교회 대표들이 할 수 없이 바이에른 주교회 에큐메니칼 담당자였던 후버 목사를 만나 식사를 하며 사정 이야기를 했다. 후버 목사는 우리의 이런 필요를 교회의 사역으로 여기고 우리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교회 본부를 통해 10만 유로를 지원해 줬다. 그렇게 현재의 목사관(게마인데하우스)을 구입하게 되었고,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교회는 오히려 독일교회의 선교의 대상으로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았다.

오는 8월에는 바이에른에 있는 12개의 한인교회들이 연합으로 청소년 수련회(K-Camp)를 계획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람베 목사 부부께서 이 사역도 후원을 약속했고 장소와 비용을 마련해 주었다. 다음 세대들에게 우리들의 신앙이 잘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한인교회들과 2세들까지도 사랑해 주는 독일교회에 감사할 뿐이다.

선교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사랑하며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도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을 내어 받은 사랑과 섬김에 부끄러움이 없는 교회가 되기를 다시 소망해 본다.



허승우 목사 / 총회 파송 독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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