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사회 극복 위한 교회의 '세상적 책임' 강조

나노사회 극복 위한 교회의 '세상적 책임' 강조

한국실천신학회, 나노사회에 대한 실천적 과제 제시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3년 02월 13일(월) 10:36
새해가 시작되고 각 신학회에선 학술대회를 통해 시대적 질문에 신학적으로 응답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10일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실천신학회는 오늘날 공동체성이 깨어지고 개인단위로 파편화돼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회가 돼 가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며 디아코니아 관점과 설교학적 관점에서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를 모색해 관심을 모았다.

'나노사회에서의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디아코니아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한백병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파편화돼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회에서 기독교적 공동체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한 교수는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사회화과정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라는 집합적 자아관을 갖고 타인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갖는 존재이지만 오늘날 공동체성이 깨어지고 개인단위로 파판화돼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회가 됐다"며 오늘날 공동체성이 깨어진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나노사회 속에서 그는 "교회는 디아코니아의 덕목인 '정의'와 '공정성', '보살핌', '관용' 등을 통해 공동체성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상적 책임'을 위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기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며,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할 뿐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주체로 우뚝 서야 하고 사회과학적 통찰력을 활용할 줄 아는 세상의 언어에도 민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노사회에서의 실천적 설교신학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김병석 교수(숭실대학교)는 나노사회의 특징을 교회론적으로 분석하고 나노사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교학적 기법들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우선, 김 교수는 교회론적 관점에서 볼 때, 나노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교회는 공교회의 보편성과 네비우스 선교방식에 의거해 공동체 사회인 신앙공동체로서의 개교회를 세워가는 데 한계를 나타내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 결과, 그는 "한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내몰린 나노사회 속에서 '그릇된 교회주의'에 빠져 연합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교회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그는 나노사회 속에서 무너져 있는 신앙공동체인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설교학적 관점에서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는 교회란 '설교자와 회중이 하나님께서 이루셔서 가능케 되는 말씀되게 하시는, 말씀의 신비에 참여하는 공동체'라고 정의하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설교자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제시했다. 그 예로, 그는 "설교는 단순히 청중 개개인의 문제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공유함으로써 신앙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이며 설교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켜 자발적 동기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신앙공동체의 내러티브를 형성하여 개인화된 신앙의 사유화가 아닌 공동체적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설교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는 단지 '우리만의 언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잠정적 크리스찬'을 위한 '온 누리'의 언어까지 준비하고 사용됨으로써 타자성을 회복한 희생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설교는 개별적인 특수성과 각각의 은사를 포용하기 위하여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사용할 뿐 아니라 은유 수사학이라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사용해 '말로 만들어지는 그림'처럼 추상적인 신앙 언어를 초신자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소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노사회 한국 기독교 위기의 대안으로서 예배과정 플랫폼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박관희 외래교수(서울신학대학교)는 기독교 예배의 구조와 구성을 교회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오늘날 목회적 수용을 위한 실천적 토대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예배를 거룩한 시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 경험이며, 예배의 과정 역시 이러한 임재 경험을 중심으로 구조화돼 있으며, 이 임재 경험의 여부에 따라 교회 출석 및 신앙생활의 헌신도 등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교회 이탈과 신자수 감소라는 교회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결국 예배에서 하나님 임재 경험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실천신학회는 이날 학술대회 이후에 총회를 열고 신임원을 선출했다.

신임원 명단.

▲이사장: 황병준 ▲회장: 서승룡(한신대) <부>구병옥(개신대) 박은정(웨신대) ▲총무: 이종민(총신대)

김성진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