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만난 이웃에게 눈을 돌리다

강도 만난 이웃에게 눈을 돌리다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9>

강장식 목사
2022년 12월 21일(수) 08:20
넌 크리스천과 함께 하는 가스펠콰이어 콘서트(전도집회).
어린이 식당에 줄을 서고 기다리는 주민들.
"넌 크리스천이 교회 예배에서 찬양하고 봉사를 한다구요?" 필자가 "넌 크리스천이 뜻있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노는 교회"라는 개방적 모습을 통해 지역 전도와 일본 선교를 감당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 교회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질문이었다. 섬나라인 일본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것들은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여 '섬'안에서 자신들의 것으로 변화시켜 '일본적'인 것으로 만드는 문화 형성의 틀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문화와 제도와 사상 등이 '습합(習合)의 틀'로 수용되고 말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만다. 일본적인 종교와 문화에 흡수되고 융합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기독교 복음이 어쩌면 극소수화된 길을 걷게 된 요인 중에 하나라고 본다.

일본의 지역교회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 놓여져 있다고 본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교회와 기독교, 성경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전무하거나 왜곡되어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형성된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두터운 불신과 경계심은 전도의 벽이자, 교회와 지역주민들 사이에 형성된 높은 경계선이다. 그래서 아무리 지역주민을 교회로 초대하려고 해도 쉽게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필자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일본인 집사도 필자 교회 첫 방문 때 여기 들어갔다가 붙잡혀 나가지도 못하면 어쩌지 라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교회당에 들어왔다고 한다.

교회 주변지역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지역주민들 99%의 눈에 우리 교인들은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하는 이상한 소수의 사람들'이었겠다 라는 것을 짐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첫출발은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보여주고 맛보게 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이 지역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인정받는 우리 동네 사람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일본은 부국으로 비쳐지는 반면, 아동 6명중 1명은 빈곤아동에 해당되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결손가정 문제를 비롯해 맞벌이 부부, 소외계층 가정 등이 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한 아동들을 위한 사회운동의 하나로 이곳 저곳에 민간단체들이 '어린이식당'을 열어 급식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의 자녀들은 외국에서 온 아동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자원봉사교실에서 일본어를 익혔다. 그곳에서는 외국인 어린이 일본어학습지원 및 학습부진아 지원봉사를 하는데, 교사 중 한 분이, "목사님 교회가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외국인 자녀들이나 빈곤 어린이들을 위해 밥 한끼 제공해 주면 안되나요?"라는 제안을 듣게 되었다. 이 제안에 교우들 몇 명은 반응이 뜨거웠다.

오랜 세월 동안 재일한국인은 강도 만난 사람들과 같았다. 국권과 언어와 인권을 빼앗긴 고난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러니 삶의 자리는 넉넉하기 보다는 우리들의 권익과 생존문제가 항상 큰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 어느덧 일본 땅에 있는 디아스포라 교회는 강도 만난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자리에 설 것을 요청 받고 있고,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넌 크리스천 일본인 교사의 이 제안은 우리 교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필자 본인이 작은 교회라는 상황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말고 '선교하는 교회'로 가는 첫 발을 떼기로 한 것이었다. 지역의 빈곤아동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급식선교활동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교회의 취사시설과 식당공간으로 구청의 허락을 받고 자원봉사 모집에 들어갔다. 교회의 어려운 재정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목적헌금으로 드려지는 만큼만 하겠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교인 봉사자로는 부족했기에 넌 크리스천들을 받아들였다. 몇 년이 흐른 이제는 오히려 그 분들이 이 봉사를 더 즐기고 교회를 드나드는 것 같다. 어린이식당에 오는 독거노인과 빈곤층 어린이는 늘어 100명 가까이 찾아 온다. 필요한 경비는 구청에서 전액 지원을 받고 있다. 여러 지원단체와 공공기관을 통해 고가의 취사기구 등을 제공 받아 교회 주방은 더 편리해졌다. 교회는 드나드는 넌 크리스천 봉사자들과 더불어 준비가 힘든 날도 있지만, 봉사자들의 웃음소리와 지역주민들이 즐거워하며 감사하는 소리를 듣는 기쁜 날이 이어졌다.

이제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다. 교회에서 여는 음악전도집회에 지역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것은 예배당이 좁아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필자 가족과 우리 교회가 지역으로부터 환영과 감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작고 어려운 교회의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순종과 헌신의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역사이기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필자 교회에는 넌 크리스천 멤버가 절반이 넘는 가스펠 콰이어가 결성되어 있다. 영어로 부르는 흑인가스펠을 넌 크리스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일본인 집사가 중심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으로 교회 예배당에 모여 그들은 신나게 가스펠 찬양을 즐긴다. 예배에서 특별찬양을 하고, 교회의 콘서트전도집회에서 중요 순서도 맡아 준다. 믿음과 관계 없이 친밀함이 깊어지면서 가족과 내면의 아픔을 나누고 다양한 기회에 복음을 제시하고 있다.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가스펠 가사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이 영혼 깊숙이 젖어 들어가고 있음을 본다. 이 활동으로 충성스러운 교회집사와 교회학교 교사들이 세워지고 있다.

복음의 가치와 뜨거운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통해 일본 영혼들 속에 자리 잡아 갈 것을 믿는다. 조금씩 믿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이 쉽게 드나드는 교회, 교회에서 저들이 신나고 즐겁게 놀고 유익한 것을 배우는 행복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교회 공간이 주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잃어버린 어린 양들의 안식처가 되어가도록 이 외에도 영어교실, 한국어교실, 학습부진아 지원 공간 등으로 제공하며 믿지 않는 이들을 품어 내는 마을목회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 가고 있다.



강장식 목사 / 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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