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교회로의 부름

시나가와교회로의 부름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3>

강장식 목사
2022년 11월 07일(월) 08:15
선교적 접촉 확대를 위해 전도지 배부 시작하는 모습.
지역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이토 히로부미 묘지.
 1990년대 동경에서 평신도 선교사 신분으로 활동한 캠퍼스선교, 유학생 전도양육은 열매의 기쁨을 누리게 하였지만, 더불어 장기적이고 건강한 일본선교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러한 필자를 하나님은 전술한 바와 같이 고척교회라는 최상의 현장으로 인도해주셨다. 현 시나가와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선교활동은 지역 주민을 복음으로 품어내려는 고척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도전 받은 경험을 적용해 마을목회적 일본선교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따뜻하고 풍성한 한국교회의 사랑과 본을 보며 신학과 목사 안수 등을 모두 마친 후 "일본의 무목교회, 미자립교회"라면 부르시는 데로 가겠다고 기도하던 필자는 동경 남부 중심에 있는 재일대한기독교회 시나가와교회로 부름을 받게 되었다. 일본인교회로의 부름을 기도하던 필자는 주춤하는 마음이 일어났지만, 일본어 사역을 해야 하고, 또 선교사가 감당해야 할 여러 상황 등을 보면서, 필자에게 맡겨주시는 일본의 주님의 교회임을 믿고 자청하게 되었다.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동경 시나가와구 오이마치라는 곳은 과거에는 동경만 오이마치부두와 군수산업 공장과 그와 관련된 하청 중소기업, 토목공사현장에 일자리를 찾아 재일교포노동자들이 몰려들었던 곳이다. 그들은 하천 주변 늪지대 버려진 땅에 판잣집을 짓고 '조센진부락(朝鮮人部落)'을 형성했다.

이곳 출신 교포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긴다. 고령의 일본주민들은 그곳 이야기를 물으면 표정부터 찌푸린다. 그 실체를 알고 싶어 교포와 일본인을 만나 면담과 탐문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이 지역의 아픔에 몸서리가 쳐졌다. 사형장, 동경 최대 환락가, 무법지대 조선 노동자 판자촌, 대륙 침략 군수공장지대인 관계로 인한 대공습 폭격 피해 등등의 역사를 평범한 주거지 모습으로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 저지대가 끝나는 얕은 언덕은 우리 교회 옆 마을로 '이토조'라는 곳인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묘지가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은 그의 동경 주거지이자 본거지였다. 그의 장례식이 우리 교회 앞 도로를 지나갈 때 모든 교포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도망갔다고 한다. 그를 기념하고 영웅시 하며 설립된 '이토학원 초·중학교'가 교회 인근에 있고, 필자의 두 자녀도 이곳을 다니고 졸업했다. 이러한 곳에 교포들이 중심이 된 '구원과 화해의 복음'을 위한 성전을 하나님께서 세우신 데에는 깊은 뜻이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상황 가운데, 시나가와교회는 몇몇 소수의 교포들이 노동자로, 부두노역자로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가운데 교회가 세워졌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교회 건물이 1층은 예배당, 2층은 목회자 사택인 목조건물이었는데, 1940년대 연합군의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당시의 모든 신자들은 이 지역에 살 수 없었고, 흩어져 교회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2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60년대부터 3~4명의 교포신자들이 가정예배로 모이기 시작하며, 타다 남은 그루터기에 교회의 새순이 돋기 시작했다. 그 새순이 오랜 세월을 지나 큰 줄기로 자랐고, 40년간의 성전 없는 광야시대를 마무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작지만 6층 빌딩의 본 교회 건물이 헌당되었다. 이러한 열매를 맺기 까지는 1967년부터 3~4명에 불과하던 본 교회를 23년간 섬긴 경혜중 명예목사님(2001년 명예목사 추대)의 여선교사로서의 헌신과 열정과 비전이 큰 역할을 했다.
 교회 헌당으로부터 8년이 지난 후 필자가 선교사로 착임한 2008년엔 교회자립과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교통이 약간 불편한 곳으로 온 것도 원인이지만, 지역적으로 극소수의 교포들이 거류하고 있고, 새로운 한인 유입도 기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필요와 정서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새로운 선교적 과제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의 생명줄은 이어지고 있었다. 선교 대상과 전략의 전환의 때를 맞이한 것이다.

이 지역과 우리 교회의 흔적을 되돌아 보면 볼수록 교회의 역할과 가치가 더 선명해지고, 보냄 받은 선교사로서의 사명과 전략을 날마다 새롭게 하게 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 내려온 우리 교회의 생명줄을 주님이 붙잡고 계심을 믿기에 이 지역에 하나님의 나라의 부흥과 생명의 역사를 일으키는 남겨진 그루터기로 그 사명을 이루어주시도록 기도에 기도를 거듭하고 있다.

강장식 목사 / 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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