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 … 다르지만 같은 우리

'마찬가지' … 다르지만 같은 우리

[ 땅끝편지 ] 신현광 선교사 10(완)

신현광 목사
2021년 11월 09일(화) 10:39
인디헤나 가정에 신현광 선교사 부부가 방문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와서 품에 안긴다.
지금까지 우리 사역은 복음 전도활동, 교육활동, 봉사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하였는가 보다는 지난 27년 동안 어떤 자세로 선교 사역을 하였는가를 말하고 싶다.

우리 사역의 주제는 '파라과이에 그리스도의 평화를'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와 학교의 이름도 '평화(LA PAZ)'로 정했다. 성숙한 신앙으로서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우리의 구체적인 삶 전반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는 사역을 하고 있다. 단순히 교회성장이나 선교사역의 규모를 늘리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라 빠스 선교공동체의 모든 지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주님의 평화'를 이루는 공동목적을 가지고 사역 내용을 따라 폭력 없는 가정,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인디헤나의 인권보호, 정의로운 공동체, 질병과 가난의 극복을 위해 사역을 하고 있다.

우리 사역 방법은 '함께하는 사역'이었다. 선교사 가정 혼자만의 사역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며 사역했다. 우리 교회의 성도, 우리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인디헤나는 파라과이 사회에서는 서로 함께 있을 수 없는 사회의 계층이다. 상류층의 학교, 중류층의 교회, 소외계층인 인디헤나 부족이 분리되어 서로 다른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라 빠스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통해 사역하고 있다. 도움을 주는 선교사와 도움을 받는 현지인의 관계도 아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배우며 사역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룬 사역은 '라 빠스 신앙 공동체'와 함께하는 사역이었다.

파라과이는 봄날의 꽃샘추위도 지나고 10월의 좋은 날을 보내고 있다. 참 아름다운 날들이다. 나무의 가지가 서로 다른 가지이지만 한가지처럼 보이면 그것을 '마치 한 가지'라고 한다. 이 말이 '마찬가지'이다. '같다'는 의미가 있지만 '서로 다르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다르지만 같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서 '한 가지'라는 말은 "형태나 성질, 동작 따위가 서로 같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파라과이 선교사역 초기에 우리는 '한 가지'가 되려고 했다. 옷도 파라과이 사람처럼 입고, 가능한 한 현지인과 같이 생활하려고 했다. 파라과이와 한국이 축구 경기를 하면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그땐 파라과이를 응원해야 선교사인줄 알았다.

나를 만나는 사람이 자신들과 같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인디헤나 마을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원주민처럼 입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마찬가지'가 좋다. '서로 다르지만 같다'라는 말이다. 한국인이지만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나라 소망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깨끗하고 바르게 있는 사람이지만 더러운 나도 '마찬가지'로 편하게 사랑하며 품에 안길 수 있다. 목사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고 우리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알았다.

다른 모습에서 주님의 정의를 보고, 같은 모습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보기를 원한다. 나는 내 모습 이대로 진리이신 주님의 사랑에 참여한다. 그들도 그 모습 그대로 주님의 진리에 참여할 것이다. 모습은 달라도 예수 그리스도 사랑의 진리 사건에 참여할 때 파라과이에도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넘쳐날 것이다. 이제 파라과이와 한국이 축구 경기를 하면 내가 누구를 응원할지 알 것이다.

지금까지 '라 빠스 신앙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진 사역이 성령 안에서 성령과 함께 이루어지는 사역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평화의 사역이 지속되어 '파라과이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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