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에서 시계를 발명했다면

파라과이에서 시계를 발명했다면

[ 땅끝편지 ] 파라과이 신현광 선교사 (2)

신현광 선교사
2021년 09월 07일(화) 08:20
현재 라 빠스 교회를 섬기는 지도자 가족과 함께
라 빠스 학교 예배시간.
우리가 사역하는 씨우닷 델 에스떼 (Ciudad del Este)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국이 접경하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가 인근에 있다. 이 지역은 남미의 문화가 집중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에서 밀려오는 사람들과 인디헤나는 주변도시에 빈민가를 형성하고 있다. 알또 빠라나(Alto Parana)주에 파라과이의 인디헤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토지 문제와 빈곤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파라과이는 가톨릭 89%, 개신교 7%로 거의 전 국민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신앙은 교회 안에만 고립되어 있다. 파라과이에는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아 이분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병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파라과이를 비롯한 남미에서 십자가 위에서 고통당하는 그리스도의 형상은 애석히 여겨야 할 대상이며 동시에 경외심의 대상일 뿐이다. 십자가 형상 앞에서 종교적인 경건한 모습을 신앙이라 생각한다. 예수님이 당한 고난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동정심을 신앙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본을 보여 주시고 너희도 행하라고 하신 말씀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선교지 상황에 따라 선교사역을 했다. '라 빠스(La paz)'는 '평화'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이다. '파라과이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우리 선교사역의 주제이다. 교회와 학교, 사역의 모든 이름에 라 빠스(La paz, 평화)가 있다. 라 빠스 교회는 개척 당시 주로 가난한 서민층이 주류를 이뤘다. 청년사역을 중심으로 했다. 찬양단, 전도대를 조직하고, 구역예배를 활성화하여 성경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다. 그들과 함께 인근 도시 변두리에 교회를 개척했다. 세월이 흐르며 중산층으로 교회의 리더십이 변화하였다.

1997년에 교육문화부의 인가를 받아 '라 빠스 학교(Colegio la paz)'를 설립하고 제도권 학교를 통한 교육 선교를 시작했다. 2003년에 아바 과라니 족 인디헤나 마을에 교회를 개척했다. 우리 교회 성도와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함께 했다. 현재 온 마을이 복음화 되었다. 같은 해 인디헤나 어린이 문맹 퇴치를 위해 '까레리아이 인디헤나 학교'를 시작했다. 현재 교육부의 정규학교가 되었다. 문화와 나눔의 잔치인 '평화의 잔치(Fiesta la paz)'와 소외당하는 인디헤나의 주권 회복과 섬김을 위한 사역인 '평화는 가능합니다(La paz es posible)'를 통해 파라과이를 섬기고 있다.

한국 같은 북반구에서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돌아 서쪽으로 진다. 해시계의 막대 그림자도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시계를 발명할 때 바늘이 해시계의 그림자처럼 오른쪽으로 돌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파라과이와 같은 남반구에서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북쪽을 돌아 서쪽으로 진다. 파라과이에서 해시계 그림자는 시계 반대방향인 왼쪽으로 돈다. 만약 파라과이 같은 남반구에서 시계를 발명했다면 지금과는 반대 방향으로 도는 시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에게 당연한 일이 다른 환경 속에 있는 사람에게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선교사역을 시작할 때 다른 선교사 뿐 만 아니라 한인 교포까지 기독교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선교 전문가처럼 선교사와 선교사역을 평가하고 비판하였다. 고국의 교회도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우선순위로 선교의 옳고 그름을 논쟁하였다. 자신과 같은 방향이 아니면 선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시계 그림자의 방향이 다른 것처럼 선교지의 환경과 역사, 문화에 따라 선교사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격려해야 한다. 우리는 그림자를 따라 가는 자가 아니라 빛을 따라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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