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하는 나라, 파라과이

둘이 함께 하는 나라, 파라과이

[ 땅끝편지 ] 파라과이 신현광 선교사(1)

신현광 선교사
2021년 08월 31일(화) 08:20
라 빠스 학교 학생과 인디헤나 어린이. '다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
"왜 선교사가 되었는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고백할 수 있는 말이 많다. 그러나 "왜 파라과이에서 사역하게 되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극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

필자와 아내 이미경 선교사는 필자가 신대원 졸업식을 마치고 열흘이 지난 1994년 3월 8일에 파라과이에 단기 선교사로 입국했다. 김춘근 선교사님의 초청이었다. 당시 5세였던 큰 딸, 8개월이 막 지난 작은 딸과 함께 파라과이에 왔다. 이삿짐을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다. 달랑 가방 4개를 들고 왔다. 이곳에 온 것은 이전부터 파라과이를 마음에 품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며 기도한 후에 내린 주관적이며 내적인 결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파라과이 사람의 외침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막11:3)는 말씀에 끌려갔던 어린 나귀처럼 순종했었다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파라과이에 와서 파라과이를 만났다.

파라과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기껏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라는 책에 몇 줄 소개된 '수도 아순시온의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이며 '오렌지가 떨어져도 주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정도였다. 파라과이 수도가 아순시온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파라과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파라과이로 떠나는 환송모임에서 헤어지며 한 친구가 "우루과이에 잘 다녀와"라고 했다. 당시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사회적 현안이었기에 우루과이는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우루과이가 아니고 파라과이!" 했더니 그는 멋쩍어하며 "아무 과이면 어떠냐. 아무튼 잘 다녀와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누군가에게 '아무 과이'로 여겨지던 파라과이에 왔다.

파라과이는 선교에서도 철저히 관심 밖의 나라였다. 파라과이는 비참한 기근을 겪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종교적 핍박을 받아 순교를 당해야 하는 나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불교나 이슬람과 같은 이교의 나라도 아니다. 오히려 복음이 이미 전해진 지역으로 분류되는 가톨릭 국가이기 때문에 선교의 관심지역이 아니었다. 파라과이에 파송된 선배 선교사들은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도 외롭게 헌신하며 복음 증거의 사역을 하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파라과이는 '아무 과이'가 아니다. 내 삶의 거의 절반을 살아온 자리이며,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곳이다.

파라과이를 나타내는 숫자는 '둘(2)'이다. 두 가지가 공존하는 나라다. 공식 언어로 스페인어와 과라이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파라과이 강을 기준으로 동쪽에 빠라네냐 지역과 서쪽으로 차코 지역, 이렇게 기후와 토양이 전혀 다른 두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독립 기념일이 5월 14일과 15일 이틀이다. 차코전쟁과 삼국전쟁이라는 두 번의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한국보다 더 지독한 두 번의 독재시절을 겪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기가 앞면과 뒷면에 완전히 다른 문장이 있다. 현대적 도시와 인디헤나의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파라과이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두개가 통합되어 하나가 되는 전통이 있는 나라다. 두 가지 중에 어느 하나가 사라져야 이루어지는 하나가 아니다. 또한 두개 모두 없어지고 전혀 다른 것으로 하나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각자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서로 통합하여 하나 되는 모습이다.

우리 '라 빠스 선교공동체'도 이런 모습이다. 중산층의 교회, 학교와 사회적 소외층인 인디헤나 공동체는 서로 하나가 될 수 없는 상이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하나 되어 파라과이를 향한 그리스도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 유대인과 헬라인과 같이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을 하나 되게 하는 능력은 그리스도의 복음이었다. 둘이 함께 하는 나라, 파라과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은혜를 누리는 현장이다.



신현광선교사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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