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생 시즌2', 장기기증 희망 11배 상승

'슬생 시즌2', 장기기증 희망 11배 상승

드라마의 나비효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8월 23일(월) 18:38
이식인 가족의 사연을 담은 슬의생 드라마 장면 그림(훋욱 작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뇌사 장기기증 사연 방영 시작 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 증가 추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7화 방영 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장기기증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이식인과 가족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문소현 씨, 33세 여)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청한 후 결심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치있는 선택으로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싶어졌다."(류현주 씨 49세 여)

한편의 드라마가 담아낸 따듯한 이야기가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가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박진탁) 홈페이지에는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슬생2)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등록 소감이 이어지고 있다.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다양한 사연을 다루는 '슬생 2'에서는 꾸준히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에는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는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는 장기이식 대기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과 고통을 그려냈고, 8월 5일에는 긴 망설임 끝에 뇌사가 추정되는 어머니의 장기기증을 결심하는 아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되면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의 고심과 장기기증 절차를 자세하게 표현했다. 드라마가 담고자 했던 생명나눔의 메시지는 곧바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증가로 이어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드라마에서 '뇌사 시 장기기증'에 대한 소재가 비중있게 다뤄진 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같은 기간 대비 11배 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드라마에서 장기기증 에피소드가 다뤄진 7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약 6주 동안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사람은 1만 62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인 5576명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장기기증의 절차가 비교적 상세히 설명된 7화 방영 후 일주일 동안만 무려 7042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배나 증가하는 기세를 보였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교회의 생명나눔 예배와 대학, 기업, 단체 등에서 진행되던 대면 캠페인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난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6만 7160명으로 전년 대비 25.6% 급감했다"면서 "이는 2004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3만 4963명을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이러한 악재 속에서 '슬생2'가 견인 역할을 한 지난 7, 8월은 온라인을 통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크게 증가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 만큼의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슬생2'에 등장한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 기증자 및 이식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5화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11살 소년의 심장을 이식받게 된 '은지'의 이야기는 이승아 씨의 딸 리원 양의 실제 사연이다. 드라마 속 은지의 엄마는 이식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을 찾아가 감사편지를 전하며 기증자 유가족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매년 기증자의 이름으로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기부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전한다.

승아 씨의 딸 리원 양은 생후 78일 만에 담도폐쇄라는 희귀난치병을 진단받고 30대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았다. "딸의 간 이식 수술이 끝나자마자 곧장 기증인과 유가족의 사랑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는 이승아 씨는'저희 딸의 생명의 은인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본부에 보냈다. 이 씨는 "나눠주신 사랑 덕분에 다섯 살 꼬마로 쑥쑥 자라 아팠던 때가 있었는지도 모를만큼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다"는 감사의 내용과 함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고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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