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멈춤 그리고 변화되는 선교

코로나와 멈춤 그리고 변화되는 선교

[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10-완)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8월 24일(화) 08:28
청소년 수련회 가운데 세족식과 기도회.
코로나 속에도 복음은 계속 전파된다. 2020년 성탄행사를 마치고.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2021년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누구도 이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길어야 몇 개월 후에는 이전 전염병처럼 잠잠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언제나 종식이 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모이는 집회가 금지되고, 이동이 제한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면서 선교는 많은 부분에서 위축이 되고 멈춰버렸다. 그리고 이 멈춤 신호는 선교사들에게는 마음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현지 영혼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와있는데, 그 선교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 시간은 선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도록 강제하였다. 선교를 하겠다고 수년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선교사가 되어 선교지에 와서 여러 가지 사역들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금 선교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관성처럼 해왔던 선교에 대해서 반강제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자동차로 갈 때는 스쳐 지나갔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걸어가면 보일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느려진 혹은 멈춰진 이 때에 드러나는 것들이 생겼다. 그것은 나와 주님의 관계였다. 사역을 끊임없이 하고 있을 때, 나는 사역자였다. 그래서 나는 주님 안에 있다고 당연히 여겼다. 내가 이만큼 사역을 하기에 나의 역할로 나의 관계를 나도 모르게 가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역자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되었다. 나는 선교사로 살고 있지만, 더 본질적으로 주님의 자녀로 살고 있었냐가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쩌면 사역만큼, 아니 사역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주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나는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것을 사역으로 입증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이만큼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주님은 내가 하는 사역이 아니라 나에게 더 큰 관심이 있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해서 사역하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그것을 한시도 잊지 않기를 바라셨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주님은 비단 선교사만이 아니라, 주님을 구주로 믿는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것 같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선교는 주님과의 동행이다. 선교사이기 전에 우리의 삶이 주님과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것이 선교다. 그 삶 속에서 나는 선교사를 살아가는 것이다. 분명 코로나는 종식이 되고 다시금 사역은 계속 되어질 것이다. 나는 어떤 사역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일한만큼 보상받는 삯꾼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주님의 자녀로 일하고 싶다. 주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자녀로 계속 일하고 싶다. 사역을 얼마나 하든지 간에, 얼마나 바쁘게 하던지 간에, 그저 주님의 자녀로 사역을 하고 싶다.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다원적이며 다신교적인 태국 사회 속 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사는 것은 태국에 왔던 첫해부터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주님의 사랑을 이 땅에 심는다. 그 사랑을 나의 생명에 담아 심는다. 나의 생명이 마치는 그 날까지, 주님이 부르신 곳에서 나의 생명에 주님의 사랑을 담아 심을 것이다. 그리고 부르심이 끝나는 그날, 나는 주님께 꼭 이 말이 듣고 싶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이 말이 정말 듣고 싶다. 그 말이면 충분하다.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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