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엉터리 지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엉터리 지도"

기환연 등 환경,기후 시민단체 강도높은 비판... "전면 중단" 촉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8월 09일(월) 17:27
2050년까지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이 담긴 정부 계획안이 발표되자 교계를 비롯해 환경·기후 시민단체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기후 단체들은 지난 6일 "이번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엉터리 지도를 가지고 길을 가는 것과 같다"면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있으며, 제안된 방향과 달성을 위한 방식들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5일 탄소중립위원회는 세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1안은 석탄발전소 7기를 2050년까지 기존 산업 체계 등을 일부 유지하면서 탄소 순 배출량을 2540만t 규모로 줄이는 방법이며 2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고 대신 LNG발전은 긴급한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탄소 순 배출량을 1870만t까지 줄이겠다는 안이다. 마지막으로 3안은 석탄발전 및 LNG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전량 그린수소를 도입해서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지난 6일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환연은 "세 가지 안 가운데 정작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립된 안은 3안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탄소 배출량의 감소를 목표로 설정된 안이었다"면서 "더군다나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2050년이 되어서야 경제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를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불가능한 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시나리오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제시하고 있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라는 경로는 밝히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과연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여전히 화성연료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핵발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태계 파괴를 가져오는 양수발전을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많은 문제가 노출된다"면서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 후 2달만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시나리오는 긴박하고 위중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극복할 의지도 방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번 시나리오가 마치 각 분야 전문가들의 '압축적이고 심도있는 검토'를 통한 시나리오 수립과 각계 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민주적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와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깝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현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검토될 가치조차 없다"고 책망하며 "정부는 2050 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폭 상향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고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판을 새롭게 짜라"고 꾸짖었다.

한편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세 개의 시나리오는 다음 달까지 '탄소 중립 시민회의'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치게 되며 정부는 각계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10월 말 탄소 중립 최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탄소 중립 시민회의'가 사전 조율 없이 추진된 점에 대한 환경·기후 시민단체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논의가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기후정의포럼은 "시민위원은 500명으로 만15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 연령, 성별 등을 기준으로 비례할당한 뒤 무작위로 선정했다"면서 "이것은 시민참여가 아니라 시민동원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의 잇다른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이러한 모든 한계는 탄소중립위원회의 무능함이 원인"이라면서 "이 불충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여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탄소중립위의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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