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서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서

[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8)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8월 10일(화) 13:20
미얀마학교에 일일 아웃리치를 간 교회 청소년들.
마을을 청소하는 현지교회 청소년 선교팀 '하나님의 어린양'.
영주교회 주일공연을 마치고.
선교지의 상황과 형편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그에 따른 선교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다. 그럼에도, 선교사들이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한 사람이 주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건축을 하고, 사역을 크고 다양하게 하더라도, 한 사람이 주님으로 변화되고 주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것을 보는 기쁨과 비교할 수는 없다.

선교지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 사역을 하면서도 그중에 중점을 두었던 사역이 아이들과 청소년들 사역이었다. 새로운 세대를 세우는 사역은 너무나 중요함에도 사역 현장에서는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아마 생각보다 더디고 긴 호흡,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무앙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역은 어린이 사역이었다. 기웃거리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방과후 교실도 하고, 없던 교회학교 예배도 만들면서 아이들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교회가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되어주고,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중학생의 청소년기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친구들 사회로 휩쓸려갔고, 자연스럽게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어느 정도 세워놓으면 흩어지고, 또 흩어지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교회가 아이들에게 대안 공동체가 돼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이것은 너무나 큰 숙제였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이 되는 아이들과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아이들을 계속해서 주님 품안에서 자라게 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기도하던 때에, 주님은 이미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계셨다.

방무앙에 두 번을 단기선교로 왔던 한 교회가, 세 번째 단기선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회에서 세 번째 단기팀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면서 대신에 아이들을 초청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단기팀이 선교지에 가는 것도 너무 좋지만, 이번에는 그 예산으로 아이들을 초청해서 교회와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창동염광교회 수요예배 공연.
발상의 전환이었다. 받는 선교를 준비한 교회의 섬김으로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한국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러한 제안을 받고 하나님께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하나님은 이곳의 청소년들을 세우는데 이 기회를 잘 이용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이번 기회를 다음 세대를 세우는 통로로 활용하기로 하고, 방무앙교회 청소년 단기팀을 결성했다.

팀 이름을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하고, 한국으로 단기선교를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대략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준비를 위해서 매주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한국을 간다는 마음에 청소년들이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했다.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아이들이었지만, 지금까지 해 본적이 없던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말씀 양육과 함께 여러 가지 전통공연, 워십, 드라마 등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워크, 믿음의 그룹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었는데, 하나님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빚어주셨다.

그렇게 하나님의 어린양 1기가 만들어졌다. 4개월간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하나님을 알아갔다. 하나님의 어린양 팀은 한국에서 꿈 같은 두주간의 시간을 보냈다. 넘치도록 한국 교회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아이들은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관계가 더욱더 깊어지게 되었고 태국에 돌아와서도 흩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공동체로 모였다.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 여러 모양으로 섬기기 시작했고, 작게나마 지역사회를 섬기고, 다른 지역으로 아웃리치 사역까지 하게 되는 놀라운 일들을 이어갔다. 또한 한번 만들어진 믿음의 그룹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들을 끌어당겼고, 새로운 아이들을 통해서 그룹의 규모도 확장되어 갔다.

돌아보면,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끌어 가신다. 여전히 청소년 사역은 쉽지 않고 어려움 투성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은 언제나 그 어두움 속에서 빛을 내고 있다. 하나님이 중단하지 않으시기에 우리도 포기할 수 없다.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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