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삶으로 전해진다

복음은 삶으로 전해진다

[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7)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7월 27일(화) 08:27
성탄 행사 준비에 함께 해준 빼 아저씨와 잔 아주머니 부부.
주님의 오심을 밤늦게까지 전하며 사랑을 나누는 성도들.
우연일까, 아니면 은혜였을까. 마지막 재판은 12월 25일 성탄의 아침이었다. 성도들과 함께 법원으로 들어가며 찌압 아주머니의 아들이 5년 이하로 형을 받으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재판장에서 재판관은 판결문을 하나하나 읽어갔다. 펫의 정신적인 상황,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펫은 가족들이 돌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오늘 집으로 가라고 판결을 했다. 판사는 펫에게 집으로 가서 어머니 말을 잘 들으라는 당부까지 해주었다.

우리는 믿을 수 없었다. 이미 펫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시인한 상태였고, 형을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성탄의 아침, 주님은 방무앙교회와 찌압 가정에 큰 선물을 주셨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었기에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믿는 사람이 0.3%도 채 안 되는 척박한 태국 남부의 상황에서 세상의 방법을 거부한 채 하나님의 공의를 구하고 기도하며 기다린 이 일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혜가 되었다. 이 일이 성도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소망을 주었는지 모른다. 믿음이 어린 성도분들에게 '하나님은 살아계시는구나!', '정말 살아서 돌보시는구나!'하는 체험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통해서 또 다른 일들을 준비하셨다. 펫의 사건이 시작되고, 마지막 판결까지 대략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은 방무앙교회와 성도들에게 너무나 큰 의미가 있는 기간이었다.

태국인의 일반적인 성향은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그래서 같은 교회를 다니지만, 서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5개월의 시간은 우리가 모두 주안에서 하나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누구 하나 핑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내고, 자신의 것을 내어 섬겼다. 그렇게 하나 되어 울고, 웃고 하며 진정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또 하나는 방무앙 옆에 뿌띠아오라는 마을에 딤이라는 성도가 살고 있었는데, 딤의 이웃에는 불교 신자인 빼 아저씨와 잔 아주머니 가정이 있었다. 딤집에서 셀 모임을 할 때마다 초대하였지만 그들은 "나중에 갈게요"라며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펫의 일을 교회가 같이 아파하고 같이 도와가며 희생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던 그 가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웃으며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사실은 굳게 닫혔던 그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섬길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고, 펫이 집으로 돌아온 12월에 교회에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 성탄 행사를 같이 준비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을 내주었다. 그렇게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가정이 생겼다. 아무리 말로 전해도 꿈쩍하지 않던 그들에게 삶으로 보이는 믿는 이들의 사랑과 섬김은 울림이 된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이 가정에 말씀하셨다. "너는 내 것이라."

선교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선교는 지식이 아니라 삶이다. '나'라는 삶의 도화지에 예수님의 복음의 붓으로 그 은혜를 그려나갈 때, 사람들은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것을 보게 된다. '교회'라는 도화지에 주님의 은혜가 채워질 때, 세상은 보게 될 것이다. 예수님이 진정한 주님이라는 것을.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