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날 위해 준비된 하나님의 계획표

소심한 날 위해 준비된 하나님의 계획표

[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2)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6월 22일(화) 10:18
경영학도가 선교의 꿈을 꾸게 하신 하나님은 미국에서의 학업도 예비해두고 계셨다. (중앙에 필자)
2000년 2월 가나에서의 삶을 마무리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일단 다니던 대학을 마치고 신대원을 가면 어떻겠냐는 부모님과 목사님의 권유로 복학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학교를 다닐 때는 큰 목표 없이 그저 평범하게 남들 하는 만큼 하며 살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인생에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자 그 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저히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어서, 결국 한달 정도 다니다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가나에서 같이 지내던 미국 친구들과 연락이 되었고, 그 학생들의 학교를 소개받게 되었다. 그 학교는 선교관련 학교였는데, 학부과정으로 3학년 과정을 타문화에서 인턴십을 하는 독특한 학교였다. 예전에는 '내가 많은 비용이 드는 미국 유학을 갈 수 있을까'하며 꿈만 꾸었었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수많은 학교들 가운데, 친구들이 소개해 준 학교밖에는 알지 못했고, 그 학교만 원서를 냈는데, 입학 과정이 너무나 순적하게 진행이 되었다.

나는 4년 학비와 기숙사, 식비까지 말이 안 되게 저렴한 비용을 내고, 그 해 8월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주님이 예비하심이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겁도 많고, 소심한 나를 주님은 그래도 한번 써보시겠다고,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하셨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4년이라는 시간은 나의 시야를 더 넓혀주었고, 선교에 필요한 영어라는 도구를 준비할 수 있었다.

2학년이 되자 학교에서는 3학년 과정인 인턴십을 준비하게 하였다. 어떤 나라를 가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선교부, 어떤 선교사와 함께 하느냐, 또 무슨 일을 하게 되느냐도 중요했다. 당연히 아프리카 가나로 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님은 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그러다가, 다시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에 있는 선교사 숙소에 안식년으로 와 계신 한 선교사님 가정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들은 같은 학교 졸업생이기도 했고 태국 선교사셨는데, 마침 태국사역에 인턴들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렇게 연결이 되어, 나와 두 명의 친구들은 같이 태국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명을 받았던 아프리카로 나를 부르셨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또 다르셨던 것 같다. 그렇게 태국에 가서 태국의 선교를 경험하고, 동남아를 돌아보며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동남아에 살고 보니 나는 아프리카보다는 아시아권에 더 잘 맞는다는 것 같았다. 같은 아시아인이라서 서로에게 이질감이 없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나는 어디서나 티가 나는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말을 해야만 필자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정도로 생김새로는 판단이 어려웠다. 아마도 중국계 태국인들의 영향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음식도 잘 맞고, 기후도 좋고, '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다만, 태국은 후순위라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보기에 태국에는 선교사들이 너무 많으니, 선교사가 부족한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치기어린 청년의 어리석은 생각이었고, 자만이고 교만함이었다. 보내시는 곳으로 가야지, 내가 뭐라고 판단하고 있었는지. 그래도 그렇게 하나님은 나에게 동남아를 품게 하셨다. 언제 어떻게 동남아를 섬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동남아라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4학년을 다니면서 졸업후의 진로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할지를 고민하며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역시나 짜여진 계획표를 가지고 계셨고, 돌아보니 난 그 안에 있었다.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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