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러 간 가나에서 바뀐 인생 행로

영어 배우러 간 가나에서 바뀐 인생 행로

[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1)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6월 15일(화) 08:51
가나의 코코넛 농장.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나는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삶의 목적과 비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그저 남들 하는 만큼은 하면서 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대학생 사이에서는 어학연수가 유행이었고, '나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1997년 IMF로 인해 해외로 가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군대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고 있던 중 1998년 가을 즈음에 갑작스럽게 아프리카 가나로 가게 되었다. 내가 가나를 갔다고 하면 대부분 단기선교를 간 것이냐고 묻지만 나는 단기선교가 아니라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갔다. 미국, 호주로는 가지 못하던 어학연수의 기회를 아프리카 가나에서 찾은 것이다.

그렇게 조금은 특이한 목적을 가진, 아프리카 가나에서의 1년 3개월 동안의 삶을 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어를 배우고 젊은 나이에 시야도 넓혀야겠다고 간 것이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나의 일생의 방향을 바꾸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모태신앙이었고 항상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했지만, 그때까지 성경을 한 번도 통독해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가족과 떨어져 낯선 땅에서 지내는 상황에 던져지게 되자, 나는 하나님을 찾게 되었고, 하나님께 묻게 되었다. '왜 하나님은 나를 가나에 보내셨을까? 왜 하필이면 가나일까?' 하는 질문이 그곳에서의 생활 시작부터 나의 마음속에 기도제목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왜 아프리카지 …' 나는 당시 가나에 계신 선교사님 가정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교사와 사역에 대해서 눈으로 보고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 하나님께서 나에게 돈 많이 벌어서 선교사들을 도우면서 살라고 그러셨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도 나에게는 정말 큰 변화였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선교사님이 시내에 가셨다가 미국 선교사님 부부를 만나셨는데 다음 달에 미국에서 내 나이또래의 남자 청년 두 명이 인턴으로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친구들과 같이 지내면 영어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분들이 살 곳은 전기도, 상하수도도 없고, 빗물을 받아서 샤워하고, 우물물을 길어서 필터로 식수를 사용하고, 촛불로 어둠을 밝혀야 하는 내륙의 정글이라고 하셨다.

왜 하필 만나게 하셨을까?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미국 선교사님들, 청년들과 함께 정글로 들어가게 됐다. 선교사님들을 따라다니며 성경공부도 인도해보고, 대표기도도 해보고, 현지음식으로 매일 살아도 보고, 말라리아도 세 차례 걸려보고,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어두워지면 할 것이 없기에, 말씀을 읽고 또 읽었고, 그때 주님은 말씀을 통해서 부르셨다. 아래는 당시 정글에서 부모님께 쓴 편지의 일부분이다.

"아버지, 어머니. 이곳에 와서 창세기부터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던 중 창세기 28장 13~15절을 통해 하나님은 저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15절에서 주님께서는 야곱에게 약속을 다 이루기 전에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야곱에게 주신 약속이 있다면, 저를 위한 주님의 약속도 있겠구나 라는 것이 믿어졌고, 그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야고보서 4장14~15절 말씀이 저의 고백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래. 그분을 위해서라면 드리자. 나 같은 것도 사용하실 거라면 드리자.' 가나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나를 향한 뜻을 알게 된 그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 확실한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제 나도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막막해졌다. 선교사?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무엇을 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막막했지만, 주님은 이미 준비하고 계셨다.



이호연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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