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외롭고 같이 하면 괴롭고?

혼자 하면 외롭고 같이 하면 괴롭고?

[ 땅끝편지 ] 러시아 최영모 선교사9

최영모 선교사
2021년 06월 02일(수) 09:22
동역하는 현지인 직원 및 사역자들과 가진 만남. 함께 식사도 하고 러시아식 사우나도 즐기면서, 아직도 러시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러시아인에게 종교를 물어보면 60~70%가 기독교라 대답하고, 그렇게 대답한 이들 중에 90% 이상은 정교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부모와 조부모가 모두 정교회 신자인 어느 신학생은 "가족이 모두 정교회인데, 왜 우리 신학교에 들어왔습니까?"라는 질문에, "정교회에서는 속죄가 무엇이고, 구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개신교회에서 배웠어요"라고 답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정교회 교인이라고 하는 이들 가운데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은 95%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92%가 성경을 읽지 않는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83%이다. 복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94%이다. 영생을 믿는 사람은 1% 정도다.' 이렇다 보니 때로는 "나는 정교회 교인이지만 무신론자입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2000년을 지탱해 온 정교회의 저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필자는 정교회 신부에게 신학교 특강을 의뢰하는 등 교류에 힘쓰고 있다).

신학교 졸업생들을 통해 교회를 설립하고 세워가는 사역은 그런 까닭에 큰 보람을 느낀다. 시골 교회의 창립 예배를 마치고 다과를 나누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와서 필자에게 "러시아에서 태어났습니까?"라고 물었다. "아니오.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답했고, 조금 지나자 다시 오더니 "러시아에서 공부했습니까?"라고 물었다. "아니오. 한국에서 했습니다."하자, 잠시 후에 또 와서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시골까지 왔습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오려고 할 때, 필자의 손을 꼭 잡고 배웅하면서 "왜 이제야 왔습니까?" 하는 말이 가슴에 콱 박혔다.

러시아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70% 가까운 높은 이혼율이 말해주듯, 가정 파괴가 심하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쳐준 아나톨리 교수는 수업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면 돈을 더 요구했다. 그는 "나에게는 딸이 있는데, 이혼하면 아빠인 내가 도와줘야 하기에 돈을 모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딸이 이혼하려나 보군요?"하고 묻자, 그는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혼을 당연시하는 것이 놀랍다. 그런데 이혼하고도 방만 따로 쓴 채 한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 남자는 다른 여자를, 여자는 다른 남자를 데리고 와서 같은 집에서 산다.

러시아 여성은 평균 네 차례의 낙태를 한다는 통계를 보면서, 낙태 예방 사역에도 동참했다. 산부인과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상담원을 통해 낙태하려고 찾아온 여성을 설득하고 권유하여 출산하도록 돕는다. 아이를 위하여 소액의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상당수 여성이 생각을 바꾸고 출산한다. 그렇게 하여 태어난 아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선물과 복음을 전한다. 조선에 들어와 헌신했던 독일 출신의 미국 선교사 서서평이 있다. 김미란 박사(상트선교회)는 제2의 서서평이 되기를 꿈꾸면서 선교회를 조직해 러시아 가정의 회복을 위하여 수고와 기도를 아끼지 않는다.

마약 중독자 회복 센터, 교도소, 보육원 등과도 협력하는데, 함께 힘을 모으는 동역자들이 있다. 김숙영 선교사, 김우영 선교사 부부, 장용준 선교사 부부가 그들이다. 우리는 서로 쉼도 나누고, 한국 음식도 만들어 먹는다(현지 생활 10년이 넘으면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나오는 재료로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들 외에도 20년 이상을 필자와 함께 하는 현지인들이 있다. 혹자는 '혼자 하면 외롭고 같이 하면 괴롭고'라고 말하지만, 필자에게 그들은 모두 팀 선교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는 동역자들이다. "형제와 연합하여 동거함이(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걸어가는 길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최영모 목사 /총회 파송 러시아 선교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