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선 굿, 교회와선 표 구걸…한심한 정치권

국회에선 굿, 교회와선 표 구걸…한심한 정치권

[ 기자수첩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6년 02월 03일(수) 14:33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가 1월 말 국회에서 열렸다. 발표회라는 거창한 명칭을 사용했지만 실상은 '재수굿'을 한 것이었다. 

재수굿이란 집안의 평안, 생업의 번성 등을 기원하는 굿. 더 쉽게 말하면 무당들이 단체로 국회에서 굿판을 벌인 것이다. 이 일이 새누리당 종교위원장 이이재 의원의 주도로 진행됐다는 점은 놀랍다 못해 깊은 실망감을 불러 온다.

기독교계는 일제히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연합은 조일래 대표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이 각성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정조준 했다. 성명서에서 한교연은 "기가 차다", "여당 국회의원의 의식 수준이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국회에서 무속행위를 벌일거면 교회 와서 표 구걸하지 말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회에서 굿을 했다'는 낯선 사건에 대해서 일반 여론도 좋지 않다. SNS 등에서는 "여당이 국회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종교행사를 하려거든 공인된 종교로 제한한다는 등의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지 무속에 의지해 굿을 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잡귀들에게 국운을 맡기겠다는 게 2016년에 있을 법한 일인가" 등 비난일색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발 국회 굿 파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회에서 여당 현직 국회의원이 무당들을 불러다가 굿판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모름지기 '눈치'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주변의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게 정치인에게 있어 중요한 자질일 것인데 그런 '민의의 바람'을 무시한 채 '하고 싶은대로' 저지르고 보는 현 정치권이 매우 우려스럽다.

더나아가 앞서 한교연의 성명에서처럼 선거 때마다 대형교회들을 찾아와 표를 '구걸'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교회와 성도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통해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교회를 찾는 정치인들에게 무심히 한표 던져온 관행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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