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게 가장 소중했던 두 주간의 합의

지구에게 가장 소중했던 두 주간의 합의

[ 기고 ] 특별기고

유미호 실장
2015년 12월 23일(수) 17:28
▲ 기후행진을 대신한 파리 리버블리크 광장에 전시된 신발 1만 켤레.

파리의 리버블리크 광장에서 1만 켤레의 신발전시가 있었다. 주제는 'My Shoes are Marching for me, 내 신발이 나를 대신해 행진합니다'였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파리)를 앞두고 일어난 테러로 막힌 기후행진을 달리 진행한 것인데, 제대로 된 내용이 담긴 기후 협약이 타결되길 바라는 세계 시민들의 마음을 담았다. 총회 기간 내내 이 같은 움직임은 다양하게 있었다. '기후 정의'와 '1.5도 목표 합의'를 기원하면서 작년 리마총회(COP20) 이후 시작된 '기후 금식'을 마무리하는 날에 가족, 친지, 신앙공동체와 함께 즐기게 한 '100%의 재생가능 에너지'와 '화석연료 없는 세상'을 향한 축제는 물론, 에큐메니칼 미사와 떼제 기도회 그리고 우리나라 종교인들이 총회장 안에서 진행한 침묵순례는 '지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주간'에 의미를 더했다.
 
결국 이번 총회는 '파리 기후 협약'이 합의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협약문은 2020년 이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면서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의 구속력 있는 법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총회에 참석했던 57개 환경, 여성, 종교,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기후행동2015'와 더불어 그 내용에 감사하면서 남겨진 과제를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요구해왔듯이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되 섭씨 1.5도까지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사항입니다. 몇 년 동안의 총회 때마다 큰 쟁점이 되었던 '손실과 피해' 메커니즘이 협약문에 포함하고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목표가 설정된 것 역시 그러하다. 다만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s)'와 이번에 합의한 감축 경로 사이에 큰 격차가 우려되는 사항인데, 2018년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해 장기감축목표 실현방안을 모색하도록 했으니 더욱 힘있게 목소리를 내어 볼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후 대응성적이 최하위권(기후변화대응 성적 58개국 중 54위) 국가이니 서둘러 책임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대한의 역량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또 함께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귀국 길에 전환마을이자 자연주의 마을로 알려진 영국의 토트네스마을에 며칠 묶었다. 총회 기간 동안 매일 저녁 6시 마을 광장에서 항아리에 든 촛불을 들고 나와 10분간 침묵기도하고 있어 참석했는데, 작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도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피조물을 위한 기도가 아름답고 힘 있게 일어나게 되길 기도한다. 마을 내 슈마허 대학에 쓰여 있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행동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만 유용하다(To talk about the future is useful only if it leads to action now.)-E.F. 슈마허'라는 글귀가 기억난다. 우리의 기도가 곧 기후 행동이 되어 지구 동산을 기후 위기로부터 구해내길 더불어 기도한다.
 
기독교환경연대 유미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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