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신앙으로 충성

십자가 신앙으로 충성

[ 목양칼럼 ]

신태의 목사
2015년 12월 16일(수) 15:22

우리교회는 장로님들이 교회의 궂은 일을 맡아 봉사하는 분들이 많다. 새벽마다 운전으로 봉사하시는 장로님이 계신가 하면 매주 토요일이면 집사님들과 함께 성전을 청소하시는 장로님도 계신다. 그 장로님은 친히 청소반장이 되어 지금도 성전을 청소하신다.

2년 전 그 청소반장 장로님의 '부복사건'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날 나는 심방 갔다 들어오면서 교회 주차장 입구 도로에 무단으로 주차된 차량이 거슬렸다. 왜 주차장도 아닌 이곳에 매번 주차함으로 마을은 물론 교회차량 출입의 시야를 가리게 하는가? 나는 부교역자에게 차량주인을 찾아 그곳에 주차하면 사고발생 위험성이 많으니 주차하지 않도록 요청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교역자는 차량 주인을 찾아 어떻게 말했는지, 큰 소리가 나면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생겼다.

알고 보니 그분은 갓 이사 와서 교회 주차장 입구에서 컨테이너 대여상을 하는 분이었다. 서로 안면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그분은 술에 취해 있었고 폭력 과거가 있는 못 말리는 사람이었다. 그 차주는 교회로 와서 "왜 교회 땅도 아닌데 목사가 주차를 참견하느냐? 목사 나와라"고 막무가내로 소리치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나는 부교역자에게 전화해서 성전 본당에서 청소하고 있던 청소반장 장로님께 해결해 보시라고 부탁드리도록 하였다. 그 일로 경찰차가 출동해서 오게 되었고, 그분은 경찰에게도 대들다가 물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이 떠난 후 다시 교회본당으로 올라가 "교회 주인 나오라, 교회 목사 나오라"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그의 격한 감정은 누그러들지 않았고 교회당에서 큰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런데 잠시 후 조용해졌고 그 분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교회당을 나와 자기 사업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참으로 이상했다. 그 격한 감정을 누가 어떻게 설득시켰는가? 사건이 진정 된 후 부교역자를 통하여 듣게 된 사실에 따르면, 청소반장이신 오경호 장로님이 격한 감정에 쌓인 그분과 대화로 되지 않으니, "그럼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겠느냐?"고 묻더란다.

술에 취한 차주는 "내 앞에 무릎 끓어라"라고 하였고, 그 장로님은 청소하다 말고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무릎 꿇고 죄송하다면서 화를 풀라고 말했다. 그러자 차주가 오히려 창백해지더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무릎 끊는 장로님을 보면서 그가 오히려 당황했던 것이었다.

사실 나는 차주가 "목사 나오라"고 소리칠 때, 사택거실에서 밖의 상황을 환히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갈 수 없었다. 내가 나가면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몰라 몹시 두려웠다. 사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한 장본인은 나였다.

그런데 장로님은 교회를 위하여, 이 부족한 목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아생교회사 아사교회생'의 진리를 실천하면서, 그 술 취한 자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었던가! 그 청소반장 장로님은 공부도 할 만큼 한 분이요, 큰 회사 중역으로 퇴직한 후 지금도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이지 않는가!

이런 섬김의 신앙, 십자가의 신앙을 가지고 충성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한국교회는 소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성도님들의 삶의 설교를 보면서 은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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