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주도의 기독교 중국화에 대한 우려

중국 정부 주도의 기독교 중국화에 대한 우려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5년 12월 01일(화) 10:15

최근에 들어서 중국 정부는 기독교의 중국화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기독교의 중국화를 촉구하는 현상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학문적 토론과 서적 출판을 통하여, 다른 하나는 실천적인 작업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월 18일 '중국사회과학원세계종교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회의에서 '종교청서(靑書) 2015'의 내용을 '기독교중국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회의에서는 '기독교중국화'의 필요성과 주체 등에 대하여 토론했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학술단체들을 총동원하여 '기독교중국화'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주도하는 '기독교중국화' 작업은 다른 한편에서는 교회 현장에서 실제화 되고 있다. 현재까지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두 성(省)에서 두 방향으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중국은 항상 어떤 일을 실시할 때, 어느 한 곳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실험한 후에 그 결과가 성공적일 때,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시행했다. 그래서 중국의 많은 교회들은 2015년까지 시범적으로, 그 이후에 전국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첫째는,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일컬어지는 원조우(溫州)를 중심으로 한 저쟝성(浙江省)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진오화(五進五化)' 정책이다.
이중 '오화'는 ①교회당건축의 본지화 ②교회사무 관리의 규범화 ③강단 사역의 본토화 ④교회 재무의 공개화 ⑤신앙교의의 적응화이다. 여기서 본지화, 본토화, 적응화라는 말은 중국화라는 말이다. '오진오화'란 '기독교중국화'의 구체화이다.
 
이미 원조우를 비롯한 저쟝성에서는 '오화' 가운데 첫 번째인 교회당건축의 본토화가 진행 중이다. 서양 언론에 따르면, 저쟝성에서만 1,200개 이상에서 수천개 교회당의 십자가가 크레인 등을 동원한 정부 당국자에 의해 강제로 철거당했다. 중국 교회 지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저쟝성에서 약 3,000여 개의 교회당 십자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교회당이 서양식 건축물이고, 교회당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는 도시 미관을 훼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 교회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교회당의 십자가를 철거하는 일이 비공인 교회인 가정 교회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허가를 받은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소속 교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화' 가운데 네 번째인 강단 사역의 본토화 역시 진행 중이다. 정부당국은 삼자 교회 목사들의 설교 주제와 내용에 대하여 간섭하고, 주일예배 시에 목회자가 설교하기 전에 정부 당국자가 먼저 애국애교의 교회가 될 것을 훈화하고 있다. 또한 '오화' 가운데 네 번째인 교회 재무의 공개화 역시 진행이 시작되었는데, 정부 사람들이 교회당 내에 사무실을 두고 상주하면서, 교회 헌금의 계수와 관리를 직접하고 있다.
 
둘째로, 쟝쑤성(江蘇省)에서는 저쟝성과는 다르게 '오성급교회당(五星級敎會堂)'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쟝쑤성 당국은 2015년 3월 12일, '전성민족종교국장회의'를 개최하여 쟝쑤성 내에 있는 종교단체들 가운데 18개에 대하여 '오성급종교활동장소(五星級宗敎活動場所)'로 비준하고, '오성급종교활동장소'라는 패(牌)를 수여했다. 불교 11곳, 천주교 1곳, 기독교 2곳, 도교 2곳, 이슬람 1곳이 '오성급종교활동장소'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31곳의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사성급종교활동장소'로 비준했다. 저쟝성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일을 필자에게 전해준 중국인 목사는 "별의 개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그 기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저쟝성과 쟝쑤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중국에서 기독교가 아직도 '양교(洋敎)'의 탈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개혁개방 이후 기독교의 중국화가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기독교가 중국화 되지 않으면, 앞으로 공산당과 정부에 큰 방해물이 되고 장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외국의 불온세력들이 중국교회와 접촉하여 나쁜 사상을 지속적으로 진입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19세기에 제국주의 세력이 선교사들을 통하여 중국에 진입하였듯이, 외국의 불온세력들이 중국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를, 교회를 통하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기독교의 중국화에 대하여 세 가지로 분명하게 규정했다. 첫째는, 중국 정치에 대하여 인정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 그 체제에 맞는 기독교가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기준이 되는 교회가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이다. 중국에 있는 모든 기독교회는 삼자애국운동회에 가입하여 애국애교적 기독교가 되라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사회에 적응하라는 것이다. '기독교중국화'를 논의하는 학자들은 '중국화'에 있어서 '화'보다는 '중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이기 전에,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중국인의', '중국을 위한' 기독교가 되라는 요구이다. 셋째는, 중국 문화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특히 교회당 건축에 있어서 서양식으로 건축하지 말고, 중국 건축양식으로 건축하라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독교중국화는 한마디로 중국적 기독교가 돼라는 요구이다.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이것이 기독교가 중국에서 토착화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문제점은 기독교중국화의 주체가 교회냐, 정부냐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주체와 객체 개념을 사용하여, 중국에서는 객체인 한국 교회가 주체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중국 기독교의 경우도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주체가 아니고, 객체이다. 기독교의 중국 토착화의 문제는 중국 교회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그런데 이미 기독교의 중국화의 범위와 내용까지, '오진오화(五進五化)' 정책을 통하여 객체인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규정하고, 그 실천정도를 평가하여 호텔 등급을 말하는 '별'의 개수를 통하여 등급을 정하는, 이러한 기독교의 중국화는 토착화라기보다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순응하는 기독교를 만들고자 하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략이다.
 
필자는 가정 교회를 통한 중국선교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삼자 교회를 통하여 중국의 종교법을 지키면서, 선교가 아니라 교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중기독교교류협회'와 그 주장에 동조하는 교회들에게, 중국 삼자 교회의 실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기를 호소한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삼자 교회의 실상을 분명히 알고, 중국이 고래로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전술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에 넘어가서, 선교사와 파송총회ㆍ후원교회가 반목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2014년에 개최된 '한중기독교교류협회' 세미나로 인하여, 한국 교회 안에 이미 그러한 기류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중국 선교사와 한국 교회가 심도 있는 대화와 전략토의를 통하여, 세계선교를 위하여 중국 교회를 건강하게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사야(가명)
영남신학대학교 교수

<*필자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가명을 사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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