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것은 타협하지 않기

하나님의 것은 타협하지 않기

[ 목양칼럼 ]

백남운 목사
2015년 11월 24일(화) 13:27

교회를 부임하여 보니 한주에 40~50만원 정도가 헌금으로 드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한 달에 50만원씩 정기적금을 시작해서 3년이 된 후 2000만 원의 목돈을 찾게 되었다. 1년 예산의 3분의 2나 되는 액수였다. 내가 받는 연봉 2배가 넘는 몫이 효자동교회에 확보되었으니 이 얼마나 뿌듯한가?

대형교회의 한 주 헌금도 되지 않는 액수였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적금을 인출하자마자 교회 수석(?) 장로님께서 찾아오셔서 자기 아들이 모 유명대학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유학을 가는데 재정보증이 필요하니 2000만원을 2~3일만 빌려 달라고 하신다.

통장도 도장도 다 맡길테니 편의를 보아 달라고 하신다. "내가 장로님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목사님에게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셔서 오셨다며 안된다고 말씀을 드려도 막무가내시다.

"그래도 안 됩니다. 하나님의 돈을 사사로이 쓸 수 없습니다"라며 1시간 이상 설득하여  장로님과 이야기 해 결국 안되는 것으로 했다. 1시간이 마치 10년보다 더 길고 기나긴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성령의 도움 아니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 후부터 나에게 환란과 고난의 길이 닥쳐왔다.

시골부락의 터줏대감의 심기를 틀어지게 한 것이다. 순식간에 들려오는 소리는 "싸가지 없는 젊은 목사, 피도 마르지 않은 것이 아버지 같은 장로님의 편의 한번 못 봐주는가? 피도 눈물도 없는 XX 목사 같으니"하며 온 부락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가 완전히 두파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좋지 않은 소문이 동네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어느날 동네 이발소에 갔는데 동네 아저씨들 6명이 난로 옆 평상에 앉아 화투를 치면서 내가 목사인줄도 모르고 "효자동교회 목사가 도둑놈이라면서?"라고 조롱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말들이 참 말인줄 알고 있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그러니 예수님의 시체를 도둑질하여 갔다는 말이 오늘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는구나'하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주의 종으로서의 길을 가야만 했다. 이 길이 주님이 원하시는 길임이 확실하다 생각하고 곧바로 교회 대지를 매입하고 건축을 시작했다. 그 장로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진 부락교인이 전교인 2분의 1이 되는 100여 명의 교인인데 교회를 떠났다.

새 성전을 건축하는 바로 옆 2층 건물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새 성전을 건축하면서 졸지에 한 교회가 덤으로 생겨지는 일이 되었다.

고문보다 더 어려운 회유에 굴하지 않고 하나님의 것을 지킴으로 받은 핍박,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 장로님의 아들은 6년 동안 의과대학을 다닌 적도 없으면서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간다고 한 것이다.

만일 그때에 그 장로님과 적당히 타협하여 "2~3일 그렇게 하시지요"했다면 그 돈을 되돌려 받을 수도 없었고, 당연히 교회 부지도 매입 할 수 없게 됐을 것이며 새 성전도 건축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교회 목회자 책임이 되어 나는 억울하게 정처없이 떠나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고문과 같은 회유와 핍박 속에서도 하나님의 것을 지킨 상급으로 건평 500평의 성전과 800평의 교육관을 주시고 아들을 목사로 불러주시고, 미국 유학 보내 박사학위를 주신 것이라고 믿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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