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타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사역

<3> 타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사역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이준재 선교사
2015년 04월 27일(월) 18:59
▲ 파키스탄의 독립 기념일에 파키스탄 소녀가 길거리에서 얼굴에 파키스탄 국기를 그려 넣는 모습.

문화는 사람들의 먹고, 입고, 자고 사는 것에 관한 것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에는 그 사람의 가치와 인생관이 밑에 깔려 있는 것이며 한 지역 또는 한 나라의 문화는 그렇게 생각하고 의식주 생활을 하면서 가치관이 형성된 것이기에 문화 인류학자 찰스 크래프트는 문화의 중심에 가치와 세계관이 있다고 하였고 폴 히버트는 이 문화를 사람들의 생각, 감정, 의지의 측면에서 설명하였다.

어떤 글을 읽으니 영국에 살았던 한 한인 주부가 아이들의 공부며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의 방과후 과외 활동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고 여유있게 살았는데 한국에 오니 이웃의 모든 주부들이 영어, 수학 등을 과외 공부시키며 그외 체육, 음악 등의 과외활동도 열심이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경쟁에 혼자 뒤떨어졌다는 생각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아마 한국전쟁 후 오늘에까지 한국 사람들이 수 많은 경쟁 속에서 서로 비교하면서 버겁게 살아온 한국인의 삶이며 또한 한국문화이다.

한국문화의 여러 모습 중에서 하나는 "알아서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네가 알아서 해"라는 답을 들으며 성장하였기에 알아서 하는 일이 한국에는 익숙하다. 거기에 비하여 매뉴얼 문화인 일본에는 어느곳에 든지 매뉴얼대로 하는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알아서 하는' 한국 문화는 개인이 탁월하며 역동성이 있으나 약점은 개인이 알아서 하기에 권위에의 순종과 협동이 쉽지않다.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드물게 일을 알아서 챙긴 한국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큰 발전을 이룩하였지만 잃은 것도 참 많다.

아시아 아프리가의 많은 선교지는 특히 파키스탄은 '알아서 하는' 문화가 아니다. 파키스탄은 '인샬라' 문화이어서 모든 것이 알라 뜻이기에 보기에 신앙적이지만 실제는 아주 무책임하며 때로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더욱이 파키스탄은 19세기에 사회의 최하 빈민층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크리스찬이 되었기에 그들은 알아서 하기보다 시키는 것만 하는 삶과 문화이기에 사역하면서 당황할 때가 많았다.

선교 초창기에 필자가 사역하는 교회 성탄절 행사에 빈 크리스마스트리를 파키스탄 교회 안에 가져다 놓고 자발적으로 종, 색지, 카드 등 여러가지로 장식하라고 하고 오랫동안 기다려도 아무도 장식하지 않았다. 교회의 부서와 사람들을 한분씩 불러 장식을 부탁하자 그제야 사람들이 장식에 참여하였다.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파키스탄의 교회나 사무실에서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은 일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할 때가 많았다.

학교에 학생이 결석하거나 안 나오거나 중퇴하면 그냥 끝이다. 그 학생을 안타까이 여겨 상담하고 권유하거나 그런 일들을 알아서 하는 파키스탄 사람이나 교사가 거의 없다. 선교사가 일일이 알아서 챙기고 연락해야 한다. 어느 한인 선교사가 그의 책에 파키스탄 교회에는 "아무 일도 안 생긴다"라고 쓴적이 있는데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과 문화를 억지로 바꾸기 참 어렵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가족, 먼 친척이 조금이라도 아픈 경우엔 직장에 결근을 하여서라도 병문안하거나 병원에 반드시 찾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필자가 아는 파키스탄 전도사님 한분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가볍게  다쳤는데   먼 시골에서 연로하신 부모님이 가족들과 함께 찾아온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므로 한국의 자국문화 중심(ethnocentrism)에서 선교지 문화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 이해가 안되어도 선교지의 사람과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선교 사역의 첫 걸음일 것이다. 사도 바울이 어떤 상황, 문화에도 자유롭고 융통성있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고전 9:20-21) 참 너무 부러운 생각이 든다.

 이준재 선교사 / 총회 파송 파키스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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