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5년 03월 25일(수) 10:13
세인트 빈센트(감독: 테오도어 멜피, 드라마/코미디, 12세, 2014)
'세인트 빈센트'는 비록 내용은 달라도 유사한 플롯과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곧, 노인과 아이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서로의 오해를 극복하고 인간의 선함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또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제목은 빈센트에서 세인트 빈센트 발견하기라는 영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암시하지만, 엔딩 크레딧과 함께 연주되는 밥 딜런의 노래(shelter from the storm)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빈센트의 모습은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관을 나서지 말아야 할 이유다.
영화는 감독의 돌봄을 받으며 자란 조카가 성인을 닮은 성인을 찾기라는 학교 프로젝트에서 삼촌인 감독을 성인으로 인정해준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빈센트(빌 머레이) 캐릭터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빈센트는 무엇보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까칠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집은 낡았지만 전혀 수리 되어 있지 않고, 내부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다. 그의 외면과 내면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설치된 미장센이다. 경제적으로는 가난의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심지어 위협을 받을 정도다. 게다가 술에 쪄들어 살고, '밤의 여인'을 즐기며 경마 도박을 일삼는다. 이웃에 대한 친절함이나 배려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웃집 아이를 잠시 돌보는 일에 돈까지 챙기려 하고 심지어 자신의 19금 수준의 일상을 12살 아이와 공유하기까지 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결코 건강한 인격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한편, '이웃사람'(김휘, 2012)은 이웃조차도 믿을 수 없는 우리 사회를 고발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누구도 빈센트와 같은 사람과 이웃으로 지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그래서 단지 아이의 시각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며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할 때, 어른과 아이의 시각의 차이에 유념하기보다 빈센트가 세인트 빈센트로 되는 과정에 착안하여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제한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한다면, 부정적인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부각될 때다. 올리버는 바로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
특히 영화의 내용에 다분히 가톨릭적인 요소가 없지 않다고 해서 '세인트'란 말을 종교적인 의미로만 이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실 겉보기에는 '생활 속의 성인을 발견하기'계획에 따라 우리 안에 선함을 발견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가톨릭에서 추대된 성인과 닮은 성인으로 여겨지기 위한 조건들을 발견하는 일이긴 하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믿는 사람들을 성도로 부를 뿐 선한 행위로 그렇게 하진 않는다. 물론 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성경 역시 이것에 대해 결코 침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영화는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사는 모습을 강조한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