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비유

달란트 비유

[ 성서마당 ]

차정식 교수
2015년 02월 10일(화) 15:40

 

목회자로서 이 본문의 비유로 설교 한 번 해보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말씀이다.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에 비해 누가복음의 므나 비유는 서사의 결이 다소 복잡하다.

자본을 나누어준 주인이 먼 나라에 왕위를 받고자 떠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또 그의 왕 됨을 원하지 않는 백성이 등장하여 그 패역함으로 인해 나중에 처형당하는 이야기가 추가된다. 이즈음 새로운 학설이 발표돼 이 비유에서 주인은 폭군 같은 인물로 뒤집어 조명되고 달란트ㆍ므나를 땅에 묻어둔 종이 오히려 폭압적 체제에 항거한 의인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특히 누가복음의 므나 비유에서 이러한 해석의 관점이 적용되어 논쟁을 부추겼다.

그러나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저자가 이 비유를 채록하여 기재한 심중에는 이러한 해석의 역발상이 끼어들 여지가 매우 협소하다. 이 비유 모두 공히 제자들의 훈련과 하나님 나라의 역동적 현실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하나님 나라 선교와 복음 전파는 물고기를 낚는 수준의 단순 노동과 달리 '사람 낚는 어부'로서의 정교한 기획과 준비, 전략이 두루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이 세상의 일상사에 가장 적실하게 나타나는 현장이 이문을 남겨야 하는 시장이다. 예수는 왜 굳이 받은 달란트로 장사를 하여 이문을 남기고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 은행에 맡겨 이자라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걸까. 그것은 그가 자본의 투자가치와 영업을 통한 부가이익 자체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제자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해 관계의 인간 세계에서 허투루 역량을 낭비하거나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과 처신을 하길 원했을 것이다. 제자들이 이리들 가운데 포위된 마냥 무기력한 양들처럼 그저 순박하기만 해서는 이러한 '사람 낚는 어부'의 선교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유에서 각기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받은 종은 동일하게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듣고 보상을 받았다. 반대로 한 달란트 받은 종은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심판을 받아 가진 것까지 빼앗긴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자산과 직업, 재능, 지식,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자신의 삶을 개발하고 이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지향적인 지혜를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장사'라는 모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얻은 결실로써 공동체의 살림에 기여하는 슬기로운 청지기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여기서 한 달란트 받은 종의 몫을 빼앗아 열 달란트 받은 종에게 나눠주라는 주인의 명령을 부익부 빈익빈의 단순논리로 폄하하는 견강부회는 적절치 않다. 오히려 한 달란트 받은 종의 소극적이고 냉소적인 자세, 비관적인 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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