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4)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운동

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4)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운동

[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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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9일(화) 17:04

김동성 목사
WCC 디아코니아 및 에큐메니칼연대 국장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었던 제10차 WCC 총회는 향후 8년간 WCC의 중점 사역을 '정의와 평화의 순례'로 결정했다.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시작하면서 WCC는 회원교단은 물론 함께 에큐메니칼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다양한 에큐메니칼 기구들에 속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순례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WCC가 부산 총회를 통해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제안한 것은 특별히 부산 총회를 통해 세계 교회가 한반도 분단의 아픔과 갈등의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반도에는 여전히 한국전쟁의 상혼이 고스란히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세계 교회는 이런 분단의 살아 있는 현장인 휴전선에서 한국교회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포함하여 총회 기간 중에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진행했다. 휴전이 된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념적 갈등과 남북의 분단의 그림자가 총회 현장인 부산 벡스코까지 드리워진 현실을 매일 경험한 세계 교회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모두 동참하도록 초청하고 독려한 것을 통해 분쟁과 갈등을 겪고 있는 세계 다른 모든 지역과 함께 한반도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 정의와 평화를 세우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정의와 평화의 순례는 세계 교회가 믿음으로 함께 나아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을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히 12:1)"이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면서 이 증인들이 곧 우리의 믿음의 선진들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믿음의 선진들이 보여준 믿음의 가장 큰 교훈은 아브라함이 그랬던 것처럼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던 것"이다. 곧, 불확실한 미래, 알지 못하는 목적지, 이성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약속을 '신뢰'하고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와 평화의 순례는 우리에게 믿음으로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 하나님의 모든 피조 세계가 하나님께서 약속한 생명의 풍성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하나님의 샬롬인 공의와 평화가 세워질 때에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분단과 분쟁, 갈등과 반목이 난무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평화의 싹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불의가 횡행하고 있다.

세계교회의 일원으로 정의와 평화의 순례 여정에 동참할 한국교회는 그렇다면 무엇을 기여하며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한국의 교회가 지닌 역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오늘 지니고 있는 덕목과 은사를 생각해 본다면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은사는 고난 받는 약자들과 함께 하는 고난의 영성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초기부터 소외된 자들과 약한 자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복음의 생명의 능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의 변혁을 가꾸는 데에 기여했다. 고난의 영성은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를 만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그 이웃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주고, 시간을 나누고 물질을 공유했던 연대의 영성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의 연장선 상에서 오늘의 한국 교회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 불의와 폭력에 희생되는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지닌 고난의 영성이 구체적인 연대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들에게 권면을 한 것과 같이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갈 6:9)" 책임이 있다. 세계교회의 일원으로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동참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 가운데 고통 받는 이웃을 품고 그들에게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그들의 고통의 현장 속에 들어가는 것이며 그 고난의 상황 속에서 그들 가운데 우리의 믿음을 구현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동참하면서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덕목은 지역교회의 역동성과 헌신이다. 부산 총회를 통해 한국의 교회들을 직접 보고 경험한 참가자들은 각 교회 공동체가 예배와 교육과 봉사와 친교의 역동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교인들이 교회의 삶과 사역에 깊이 헌신하고 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서구의 교회에서 온 참가자들은 어른과 어린이, 장년과 청년이 어우러져 함께 예배하며 교육과 봉사의 사역에 참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온 교회의 참가자들은 아무리 작은 교회라 하더라도 이웃을 돌아보고 구제와 봉사와 섬김의 사역을 신실하게 감당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 교회는 지역 교회 각각이 매우 강한 결속력과 응집력을 간직하고 있으며 교인들의 지적, 영적, 물질적 역량 또한 매우 탄탄하다. 건강한 지역 교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뿌리다. 역동적인 생명력을 간직한 지역 교회가 있을 때에 교회들의 일치와 연합을 도모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활력을 가질 수 있다. 오늘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위기를 맞이했다고 평가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역동적이고 헌신된 지역 교회의 삶과 사역과는 동떨어진 기구로서의 에큐메니즘의 현실 때문이다. 기구적 에큐메니즘에 대한 반감과 반대 때문에 에큐메니칼 운동을 등지거나 그 가치를 평가 절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지역 교회의 역동성과 헌신을 기반으로 에큐메니칼 운동 본연의 주체인 교회들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회복을 주도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다.

세계교회가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참여할 때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도모하고 연대하여 협력하는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도록 돕는 일 또한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1984년 제 1차 도잔소 회의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WCC를 비롯하여 에큐메니칼 운동에 속한 세계 교회는 한국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과 남북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행동해 왔다. 세계 다른 많은 지역에서 갈등과 분쟁이 증가하면서 한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부산 총회를 통해 세계 교회는 다시 한 번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과 분단된 민족의 통일을 위해 새롭게 헌신하고자 하는 관심과 열정이 생기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이런 관심과 열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세계 교회와 소통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과 한반도에서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가로 막는 장애물들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세계 교회의 관심과 기도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정의와 평화의 순례자로 세계 교회와 함께 동행한다는 것은 상호 배움과 소통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대가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민족과 함께 고난의 연단을 받아 형성된 고난의 영성과 하나님의 은혜로 일군 건강한 교회의 역동성과 헌신을 기반으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세계 교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공유하고 배가시킴으로써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회복하는 데에 기여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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