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과 저작권

성경 번역과 저작권

[ 법창에비친교회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2월 09일(화) 16:51

서헌제 교수
중앙대 대학교회

 
성경은 그 분량 자체가 방대할 뿐 아니라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교리적 입장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어 성경번역을 위해서는 신학자, 목회자 등 종교인사들 뿐 아니라 국어학자와 과학자등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 작업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성서공회'가 일찍부터 설립되어 성서의 번역과 보급에 힘을 쓰고 있으며 한국 정통교단에는 대부분 성서공회가 발간한 1998년판 개역개정성경을 예배용 성경으로 채택하고 있다.

성경번역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그 저작권자인 대한성서공회에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저작권자의 승낙이 없이는 함부로 복사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되도록 널리 전파하여 모든 사람들이 읽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반서적처럼 저작자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보호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번역저작권자는 성경의 원저작자에게 아무런 사용료도 내지 않고 성경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번역 성경을 독점하고 이용자에게 과다한 사용료(로열티)를 강요한다면 그 또한 성경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뜻에 합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성경저작권은 성경번역상의 오류를 방지하고 정통신학에 맞는 성경번역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주어진 권리라는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한성서공회는 개역개정성경 이전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의 1952년판과 1961년판(개역성경)을 순차적으로 발간하여 왔는데, 1952년판 성경이 1982년도에 30년의 저작권 기간이 종료되자 다른 출판사에서 성서공회의 한글성경에 대한 저작권이 소멸되었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는 성서공회의 1961년판 성경이 1952년판 성경의 내용을 상당부분 수정하여 새로운 저작물로서 인정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실제 그 차이를 보면 1961년판 성경에서는 1952년판 성경의 오역을 바로 잡은 부분이 약 31곳이며, 번역을 달리한 곳이 약 200여 곳이고, 문장과 문체를 바꾼 곳이 약 37곳, 원문의 음역을 달리한 곳이 약 37곳, 국어 문법과 한글식 표현에 맞게 번역한 곳이 약 100여 곳이다.

대법원은 "61년판 성경은 52년판 성경의 오역을 원문에 맞도록 수정하여 그 의미내용을 바꾸고 표현을 변경한 것으로서, 구 저작권법에서 이차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논함에 있어서 저작자인 성서공회의 정신적 노작의 소산인 사상이나 생각의 독창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61년판 성경은 52년판 성경과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별개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성서공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2차적 저작물에 대한 보호범위를 좁게 보는 기존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이 정도 변경은 새로운 번역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성경의 경우 한 단어, 한 문구를 변경해도 그 전체적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성경번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1961년판 성경과 1952년판 성경은 신학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저작물로 본 판결의 취지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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