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모든 영역에서 이뤄져야"

"디아코니아, 모든 영역에서 이뤄져야"

[ 특집 ] 12월 특집 선교, 디아코니아와 손잡다

김한호 목사
2014년 12월 08일(월) 19:15

한국 교회는 사회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감당하여 왔고 사회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던 때도 있었으나 오늘날은 사회로부터 여러 지탄을 받고 있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중의 하나인 디아코니아(diakonia)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제는 교회 봉사를 일종의 섬김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나눔의 정신인 디아코니아로 회복해야 한다.

디아코니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적인 사역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성장과 관계없이 섬기셨다는 것을 기억할 때, 디아코니아는 목회의 한 부분이 아닌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야 한다. 교회는 교회의 근본정신으로서 디아코니아를 회복하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고백성과 전문성을 구비하며,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봉사적 측면을 넘어 디아코니아를 예배의 영역까지 두루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예배, 교육, 섬김, 은사 등 교회 사역의 전 영역에 디아코니아를 통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통전적 디아코니아).

우리 교회는 디아코니아를 수단이 아닌 목회의 근본정신으로서 받아들이며, 일반적인 봉사의 영역뿐만 아니라 예배와 교육, 교회 운영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영역에서 디아코니아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월 주제를 가지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디아코니아 예배'를 주일 2부 예배(오전 9시)시 교인들과 함께 드린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장애인통합예배와 환경주일예배를 들 수 있다.

춘천동부교회의 장애인 통합예배는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예배'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예배의 중심에 서서 예배하며, 그들을 우리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예배'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예배의 기획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디아코니아부서, 장애인 담당자, 지역의 장애인학교 교사 등과 협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이 예배의 참여자로서 장애를 경험하지 않고 예배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그 결과 교회 내 장애인들과 지역의 장애인 학교와 연계하여 예배 순서를 구성하고, 장애를 가진 목회자를 초빙하여 설교말씀을 들었다.

더 나아가 교회 내에 장애인 시설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 이를 개선하고, 교회 안팎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지역 복지 단체와 협력하여 돕는 예배와 섬김이 통합된 사역을 실시한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식탁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새로 제작하고, 교회와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시혜적인 차원에서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집안일을 돕고, 장을 같이 본다든지, 문화시설이나 명승지 등을 같이 가서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는 봉사활동을 실시함으로써 예배와 섬김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였다.

환경주일의 경우는 환경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환경 문제, 특별히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환경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여기서 논의된 내용이 설교에 반영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올바르게 가꾸기 위해서, 지역에서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제시된다. 또한 환경 예배를 드리는 날에는 녹색리본을 착용하고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여름철의 경우 넥타이를 매지 않음으로서 냉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의 실천 가능한 활동을 펼친다.

성찬식은 인의론(認義論)에 치우친 엄숙한 성찬식을 지양하고, 그 본래의 제정 취지에서 맞게 식탁에서 섬기는 자로서 사회적인 약자와 함께 하시고 이들을 섬긴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위적인 가운 대신에 앞치마를 두르고 성찬에 임하는 성찬 위원들에게, 이러한 정신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아코니아라는 단어는 식사할 때 "식탁에서 시중들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와 같이 섬기라는 주님의 말씀을 찢겨진 떡과 부어진 잔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성찬 위원들의 섬기는 모습을 통해 보게 된다. 성찬에 참여한 모든 성도들은, 원래 성찬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게, 죄의 용서에 이 성찬을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삶을 경험하고, 세상가운데 그리스도의 현존으로서의 사명을 부여받는다.

우리 교회는 디아코니아 학교를 필두로 디아코노스(diakonos, 봉사자) 양성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하여 디아코니아를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을 교회 안팎으로 교인들에게 마련해 주고 있다. 디아코니아학교에서는 성경공부와 섬김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성경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삶이 섬김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확립하고, 이를 단계별로 교회와 사회 가운데서 실천함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을 고백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성숙한 디아코노스로 세우는 데에 디아코니아 학교의 목적이 있다.

디아코니아 학교를 통해 춘천동부교회의 핵심인 디아코니아 목회 비전을 전 교인이 공유함으로 목회 철학이 목회자와 당회원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사역이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 가운데 수평적으로 분산되는 성숙한 교회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총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이뤄진 디아코니아 학교 중 1단계는 특별히 새가족들을 위한 과정으로서 섬김을 받기만 하는 기존 새가족 정착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섬기는 주체로서 거듭나게 하는 디아코노스 양성과정이다.

춘천동부교회의 당회는 '찾아가는 당회'이다. 당회에 앞서 모든 당회원들이 섬김을 필요로 하는 곳을 먼저 찾아가서 봉사한 후 당회를 여는 것이다. 이는 교회의 운영이 당회원들의 정치력이나 권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 디아코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먼저 살핀 후 찾아가 봉사함으로써, 탁상공론에서 벗어난 실질적인 디아코니아 사역이 이뤄짐과 동시에,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당회원들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당회원들 간에 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하는 목회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김한호 목사 / 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ㆍ춘천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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