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 법창에비친교회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4:01

서헌제 장로
중앙대 대학교회

기독교 신자들이 신앙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통교단 내에서 이견이 없다. 따라서 교단들은 병역거부로 인해 처벌받는 것은 이단적 교리에 의한 불필요한 희생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단순히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에 대체할 복무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대체복무제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게 다른 사회적 활동을 통해 그 의무를 대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면 병역거부자는 구제활동, 환자수송, 소방업무, 장애인 봉사, 환경미화, 청소년보호센터 근무, 문화유산 유지보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징병제 국가 중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는 독일 등 30여개 국이며, 특히 본토와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2001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이른바 공익근무요원제도나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같은 대체복무제도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지에 대해서 2004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 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 기피의 요인이 제거돼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됐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해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여부를 숙고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현 단계에서는 대체복무제 시행은 시기상조이나 앞으로 진지한 논의를 통해 그 허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성은 제기한 셈이다. 이 헌법재판소 결정은 마침 진보적 성향을 띤 정권 시기에 내려져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활발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고 보수적인 정권들에서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종래 한국의 보수교단을 대표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대체복무는 이단종교에 대한 특혜일 뿐 아니라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임을 강조하면서 그 도입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전체 입영자의 0.1%에도 못 미치는 소수의 양심상 병역거부자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처벌을 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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