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1)왜 WCC와 함께해야 하는가

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1)왜 WCC와 함께해야 하는가

[ 특집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3:58

한경균 목사
뉴질랜드장로교회 아시안사역 총무

 
2013년 부산에서 열렸던 제10차 WCC 부산 총회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제3차 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열리고 아시아 기독교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총회였다.

부산총회는 한마디로 세계기독교의 잔치마당이었다. 345개 회원교단들의 공식대표들과 다양한 교파전통과 국적을 배경으로 한 목회자, 평신도, 여성, 청년, 장애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만나고 신앙을 고백하고 함께 배우고 도전받았던 2013년 11월의 한주간은 한국교회가 21세기에 경험한 오순절 사건이었다. 총회기간 부산 벡스코안에 설치된 마당 전시회와 워크샵에 참여한 다양한 선교그룹들이 준비한 선교적 표현과 대화를 통해 세계기독교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교회가 공유하고 참여할 내용을 담은 교회일치, 복음증거, 신학교육, 정의평화의 7대 자료문서들이 총회에서 발표되고 채택되었다는 것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함께 느끼고, 보고, 공유한 선교적 잔치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이후 에큐메니칼 선교동역자로 섬겼던 인도교회, 필리핀교회의 대표들과 2001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주관하였던 아시아 에큐메니칼 코스(Asia Ecumenical Course, AEC)의 훈련동기생들을 재회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감격이었다. 이미 에큐메니칼 선교단체와 신학교육기관의 책임자 혹은 실무자로 일하고 있는 AEC 훈련동기생과 에큐메니칼 여정에 참여하는 기쁨을 나누고 함께 축복하고 선교적 소명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총회준비과정에서 들려온 잡음들과 부산총회 당시 WCC를 반대하는 보수그룹들의 표현방식과 내용들이 경쟁하고 갈등하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2013년에 열린 WCC 부산총회를 반대하는 논리가 1948년 당시 WCC의 출범을 반대하는 근본주의 기독교기구 ICCC의 매킨 타이어의 논리와 흡사하다는 점은 반대운동의 진정성보다는 반대운동의 근본주의적인 신학적 배경을 의심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에큐메니칼운동이 아직도 한국교회에 낯설게 여기지고 지역교회로부터 보편적 참여과 애정어린 이해가 부족한 것은 에큐메니칼 문서를 작성하는 데 쓰인 언어(영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가 외국어라는 점 외에도 한국의 지역교회들이 열심으로 참여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참여공간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부산총회 개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총회 준비의 열정 이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소속 노회 청년연합회 활동부터 시작해서 지난 25년간 필자가 배우고 경험한 에큐메니칼 운동은 적어도 △공동의 신앙고백 △공동의 복음증거 △공동의 봉사참여 △에큐메니칼 리더십 양성을 담고 있다.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라고 부르는 공동의 신앙고백 운동은 교파전통을 넘어서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전통속에서 복음을 이해하고 교회를 갱신하는 신학적 깊이와 넓이가 있는 운동이다. 리마예식서 혹은 BEM이라고 부르는 에큐메니칼 예식서의 준비과정에서 장신대 이형기 명예교수의 신학적 응답은 한국교회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하였다.

'전도와 선교(Evangelism and Mission)'라고 부르는 공동의 복음증거 운동은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변치 않는 복음을 어떻게 증거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려는 선교적 열정이 담긴 운동이다. 특히 WCC에서 일하고 있는 본 교단 출신의 금주섭 박사의 리더십을 통해서 구체적인 열매가 맺히고 있는 영역이다.

'삶과 봉사(Life and Work)'라고 부르는 봉사참여 운동은 분쟁과 갈등, 자연재해의 아픔속에 있는 지구촌의 이웃들과 불평등 구조에서 고통당하는 약한 자들을 돌보고 함께 연대하는 섬김(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운동이다. 역시 WCC에서 일하는 본 교단 출신 김동성 박사의 은사를 통해서 세계교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에큐메니칼 리더십 양성'은 WCC가 신학교육의 갱신을 통해 세계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목회자 배출과 더불어 평신도, 여성, 청년들이 가진 선교적 경험과 은사를 세계교회와 함께 나누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운동이다. 부산총회 기간 진행되었던 세계 에큐메니칼 신학원(GETI)과 한국 에큐메니칼 신학원(KETI)은 한국의 신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의 신학교육을 맛보고 세계교회를 섬길 도전을 받았던 운동이다. 부산장신대를 비롯한 본 교단의 신학대학교와 신학교수들의 참여와 섬김은 글로벌 교회을 위해 봉사할 선교적 교회임을 증명해 보였다.

부산총회를 통해서 본교단의 정체성과 선교적 DNA 를 회복할 수 있었다.

1959년부터 1969년까지 본 교단은 WCC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한 숙고의 시간이 있었고 1975년에야 이르러 제 5차 나이로비 대회를 통해 WCC에 복귀하였다. 이 기간은 '하나님의 선교(Mission Dei)'라는 WCC의 선교적 입장이 절정에 달했고 정교회가 WCC에 참여하면서 세계기독교 교파들이 참여하는 보편적 기독교운동이 되는 시기였다. 본 교단의 WCC에의 참여가 유보되는 15년동안은 세계교회의 중심적 논의로부터 본교단이 소외되고 세계교회와 더불어 일할 인재양성의 기회를 놓혔던 '잃어버린 15년'이기도 했다. 2013년 부산총회를 유치하고 준비한 본 교단의 입장과 참여는 잃어버린 15년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세계교회의 일원으로 본 교단의 받은 축복과 은혜를 세계교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섬기는 기회였다.

사실 에큐메니칼 국제 기구에 실무자 한 두 사람 보낸다고 에큐메니칼 운동에 기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 교단이 추천하고 지원하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국가대표급의 지도자들이라면 이제는 생활체육과도 같이 동이나 면단위의 지역교회가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에큐메니칼 운동이 제시되고 발전되어야 할 시점이다. 총회 사업부서 차원에서, 노회차원에서, 지교회 차원에서 부산총회를 통해 받은 에큐메니칼 안목과 기회를 어떻게 선용해야 할지를 이제부터는 논의하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겠다.

WCC는 본 교단이 참여하는 유일한 에큐메니칼 기구는 아니지만 교파전통과 지역경계를 넘어서 세계교회의 유산과 미래를 향한 기회를 제공해 온 본 교단의 발전에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준 소중한 에큐메니칼 기구이다. 한국동란기부터, 민주화과정, 한반도 평화정착 등 WCC를 통해 받은 세계교회들의 기도와 지원에 대한 사랑의 빚을 잊지 말고 본 교단의 미래발전과 세계교회를 살리는 선교적 나눔과 봉사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 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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