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기도와 정당행위

안수기도와 정당행위

[ 법창에비친교회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0월 17일(금) 14:57

서헌제 장로
중앙대 대학교회

 
교회에는 병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난치성 병을 안고 치유를 바라고 찾아오는 이가 많다. 자연스레 목사님들은 안수기도를 하여 이들을 위로한다. 안수기도는 예수님이 병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함으로써 불치병이 치유함을 받은 기적이 나타난데 기원한다. 기독교가 혹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널리 전파되는 데에는 이러한 기적의 역사가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며 성경에서도 안수기도를 통한 치유를 하나님이 주신 능력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유의 은사가 한국 특유의 기복신앙과 결합하면서 이를 마치 목회자나 설교자의 영적 능력을 나타내는 잣대로 간주될 만큼 과대포장된 면이 있다. 하여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집회나 기도원 등에서는 경쟁적으로 병자의 치료를 위한 안수기도가 행해지고 병자가 나았다는 소문이 돌면 구름처럼 신도가 모여들곤 한다.

보통 안수기도는 신도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정도이지만 병자의 아픈 부위를 압박하거나 심한 폭력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어느 기도원에서 안수기도 명목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던 25세 청년의 머리를 무릎 사이에 끼우고 사람들을 시켜 팔과 다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수회에 걸쳐 손가락으로 청년의 눈 부위를 세게 누르고 뺨을 때린 결과 정신병이 낫기는 커녕 실명하게 되어 폭행상해죄로 고소당한 사례가 있다. 고등법원에서는 이 안수기도를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종교적 기도행위의 일환으로서 기도자의 염원이 상대방에게 심리적 또는 영적으로 전달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상대방 신체의 일부에 가볍게 손을 얹거나 약간 누르면서 병의 치유를 간절히 기도하는 행위는 그 목적과 수단면에 있어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종교적 기도행위를 마치 의료적으로 효과가 있는 치료행위인양 내세워 환자를 끌어들인 다음, 환자의 신체에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힘을 행사하고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압하여 그 결과 환자의 신체에 상해까지 입힌 경우라면, 그러한 힘의 행사가 비록 안수기도의 명목과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법에서는 '정당행위'라고 한다. 사형집행이나 의사들의 수술행위가 처벌받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환자 치료가 목사의 주된 업무는 아니기 때문에 안수기도로 신도가 상해를 입은 경우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안수기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안수기도의 수단이나 방법이 사회적으로 납득이 가는 정도이어야 하며, 기도 이외에는 달리 치료방법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돈을 받고 상습적으로 안수기도를 하거나 이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나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 안수기도를 하여 결과적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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