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이유

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이유

[ 기고 ] 독자투고

허웅 목사 heoong2@daum.net
2014년 09월 30일(화) 14:56

 
요즘 교계에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목사 아들의 담임목사직 승계이다. 흔히 '세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용어가 잘못된 표현인 것은 차치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참고로 필자는 자립교회 목사 아들이며 아버지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할 계획이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아들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성경을 근거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필자는 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정확한 신학적 판단을 근거로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논리적 접근으로 반박을 하자면, 아들목사의 담임목사직 승계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면에서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요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에 있어서 원천적인 것을 없애려 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수학여행 중 사고가 일어났으니 수학여행을 폐지하려는 것과 해경의 철저하지 못한 대응으로 해경을 해체하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부대 내 가혹행위가 적발되면 그 부대를 해산시킨다고 까지 했다.
 
이런 시류(時流)가 교계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일까? 아버지 교회에 아들 목사가 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결의가 됐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도 아버지 교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교회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철저한 기본권 침해다. 미자립 교회는 예외를 두겠다는 것은 결국 자립교회 내지는 대형교회를 목사 아들이 '차지'하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마치 부의 세습인 것으로 이야기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이유이다. 목사 아들이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요즘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와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아들목사가 담임목사가 된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영적 시너지 효과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아들 목사가 무리하게 담임목사가 됨으로 잡음이 일어나는 교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절차 상의 문제나 아들 목사가 자격 미달인 경우 무리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분히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목사 아들이 목사가 되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목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은퇴를 앞둔 아버지 목사들의 자기 갱신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아름다운 영적 승계로 세상에 본이 되어 더욱 강력하게 복음의 지평을 넓혀가기를 기대해 본다.  

허웅 목사/한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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