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국현 목사
2014년 09월 23일(화) 14:08

구한말, 나라가 망해갈 때에 조선에 들어온 기독교는 한민족에게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기독교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한 동양학자는 구한말에 조선에 들어온 기독교가 바로 19세기 조선민중에게 큰 영향력을 주었던 김일부, 최재우, 강증산 같은 조선의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후천개벽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기독교와 초기 한국교회는 조선사회를 완전히 새롭게 하였습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병든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님을 백성들에게 전해줌으로 그들에게 천국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갖게 했을 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을 세워서 새 학문과 서양 의술을 전해 주어 조선사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로 변화하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독교와 초기 한국교회는 나라 잃은 슬픈 백성들에게 위로와 소망이 되었는데, 1919년에 있었던 삼일운동이 그 증거입니다. 비록 나라를 되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삼일운동을 통해 기독교와 초기 한국교회가 한민족의 희망임을 본 많은 백성이 교회를 찾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 한국교회가 급성장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되어 많은 사람이 절망에 빠졌을 때에도 기독교와 한국교회는 슬픈 백성들에게 소망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독교와 한국교회는 계속 성장하여, 한국 기독교 선교 100주년인 1984년 무렵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힘 있는 세력 중에 하나가 되었고, 저는 그즈음인 1981년에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한국교회의 훌륭했던 믿음의 선배이며 스승들이었던 한경직, 강신명, 임택진, 김재호, 김종수 목사 같은 훌륭한 믿음과 인격을 가진 분들로부터 좋은 믿음과 아름답고 힘 있는 교회를 물려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33년이 흘러 이제 몇 년이 지나면 은퇴를 하여, 믿음의 후배들에게 한국교회를 물려주게 되었습니다(교회는 주님의 몸이기에 물려주거나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였습니다). 하지만 믿음의 후배들에게 훌륭한 믿음과 좋고 힘 있는 교회를 물려주지 못하게 되어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기독교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의 일정 부분이 저의 책임임을 통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도들에게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관리자이므로 바울이나 디모데 같이 세상과 역사를 아름답게 가꾸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설교하였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은 제가 설교한 대로 살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설교한대로 행하여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을 제대로 잘 감당했다면, 주님의 거룩한 교회가 지금 같은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를 못해서 후배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물려주게 되어 매우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이 마음은 저와 동시대를 산 사람들은 똑같이 느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기도합니다. 믿음의 후배들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경건하고, 신실하고, 능력 있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어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과 빛이 되게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만, 반대로 윗물은 흐려도 아랫물은 맑고 깨끗할 수 있기에, 믿음의 후배들이 우리 세대보다 더 좋은 믿음의 사람과 더 훌륭한 인격자가 되고 더 뛰어난 능력자들이 되어, 주님의 교회를 새롭게 하기를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주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셔서 새 역사를 이루실 것을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국현 목사 / 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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