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④

디트리히 본회퍼 ④

[ 목회·신학 ] 현대신학 산책

박만 교수
2014년 06월 30일(월) 17:13

1945년 4월 9일 새벽에 본회퍼는 교수형을 받았다. 우리는 그 당시의 교도소 의사로부터 최후의 광경을 들을 수 있다. "아마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였던 것 같다. 죄수들을 감방에서 불러내다가 선고문을 읽었다. 그 가운데는 카나리스 제독, 오스터 장군, 자크 판사 등이 있었다. 감옥 건물 안 한 방의 반쯤 열린 문을 통해 나는 본회퍼 목사를 보았다. 그는 죄수옷을 입은 채 꿇어앉아서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의 기도의 열심과 확신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윽고 아침이 왔고 죄수들은 옷을 벗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들은 나무들 아래 있는 작은 계단을 내려가서 준비된 사형 집행장으로 갔다. 사형을 받을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의 시간 여유가 허락되었다. 본회퍼는 부드러운 봄의 숲 속의 교수대 아래서 벌거벗겨진 채 꿇어앉아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5분 뒤에 그의 삶은 끝났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본회퍼가 죽은 지 3주 후에 히틀러는 자살했고, 한 달 뒤에 독일 제3제국은 무너졌으며 히틀러의 희생자들은 자유를 얻었다. 그 뒤 본회퍼에 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조금씩 전해졌고, 마침내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의 삶의 중요한 한 모형이 되었다.

본회퍼의 삶과 신학의 의미
본회퍼의 삶과 사상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 혹은 도전은 무엇일까? 세 가지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진실한 신앙인의 삶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수의 제자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하나의 종교인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본회퍼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는 믿음의 대상을 넘어 사나 죽으나 들어야 할 생명의 말씀이요 온몸과 마음을 바쳐 따라가야 할 주님이었다. 이 점에서 그는 교회 출석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오늘날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본회퍼가 보여주듯이 예수를 따르는 길은 단순한 종교인의 삶이 아니라 예수만 바라보며 살고, 예수 때문에 기꺼이 고난 당하며 오직 예수만이 절대적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본회퍼는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불러 죽으라고 하신다"라고 말한다. 과연 오늘 우리는 예수의 제자로 진실로 살고 있는가? 본회퍼의 도전은 너무나 엄중하고도 무겁다.

본회퍼가 던지는 두 번째 도전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본회퍼는 '옥중 서간'에서 놀라운 통찰력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는 가운데, "종교의 시대는 사라졌고 세계는 성년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종교적인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세상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제자의 삶은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위하여 자신을 드렸듯이 이웃을 위한 삶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히 이웃을 위한 존재(the being for others)이다.

그런데 오늘날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교회 내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교회 예산과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들은 교회 내부를 지향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이 하나님의 땅이요 구체적인 선교와 봉사가 이루어지는 곳임을 놓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종 본회퍼는 오늘도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 안에서의 삶이요 이웃을 섬기는 삶임을 온 몸으로 힘 있게 일깨우고 있다.

본회퍼의 삶이 주는 세 번째 메시지는 우리의 궁극적인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이다. 교수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그는 그의 동료 죄수이자 교인들에게 "이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새로운 시작입니다"는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님을 믿었다. 죽음 이후에도 그의 삶을 판단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심판과 보상이 있음을 믿었다. 이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옥중에서도 목사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들은 삶의 소망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박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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