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트라우마

단원 트라우마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목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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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7일(화) 15:18

단원 트라우마 

단원고 2학년 반장인 에스더(가명)는 학교 성적도 상위권으로 부모의 기쁨이었고 교회에서도 신앙생활이 모범이어서 친구가 많았다. 반장이기에 그 위난의 상황에서도 통솔력으로 함께 있었던 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방송소리 듣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라는 소리에 순종하다가 안타깝게도 잠들었다.
 
장례식날 엄마는 유난히 울더니 "에스더야, 에스더야. 네가 사랑하는 고 목사님이 오셨다. 일어나 인사해야지" 하더니 오열하고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지금 병원에 보름 동안 입원해 반신불수의 몸이 되어 울고 있다.
 
이 아픔으로 끝이 아니다. 해마다 고난주간이 오면 이 고통은 또 부활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이단이, '관피아'가, 기성세대와 지지부진한 구조, 지지부진한 수사가 한결같이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
 
치료의 길은 오직 하나, 보내는 것이다. 자식들을 모두 욥처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철저한 원인 규명만으로도 그 가족과 민족의 공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것이다.


고향에 와서


   
그림 지민규 mongori@naver.com
당신을 모시기 위해
소중한 모든 것을 보냈습니다

초라함이 더 아름다운
기다림의 빈자리

당신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음으로 모든 것이 있는
우리는 하늘 땅 사람들

소유로 넉넉함보다
나눔으로 더욱 풍성한
아직은 시골

고향에 오면
땅 냄새나는 사람들 만나
나도 모든 것 내려놓고 빈손이 됩니다

잃으면 얻고
얻으면 잃는 것을
이제껏 얻으려하다
오늘처럼 나는 퇴적더미가 되고
더럽히고 추해져 있습니다

주여
진실로 희망이 있습니까
진도바다의 통곡으로
안산의 애통으로
이 땅의 텅 빈 가슴에도

고훈 목사 / 안산제일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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