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틸리히 ④ 우리 시대의 '오리게네스'

폴 틸리히 ④ 우리 시대의 '오리게네스'

[ 목회·신학 ] 현대신학산책

박만 교수
2014년 05월 12일(월) 17:52

틸리히 신학의 세 번째 특징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질문에 맞추어서 기독교의 진리를 설명하려고 했던 변증신학이라는 데 있다. 일생 지적 정직성을 추구한 사람이며 경계선 상에서 고투하던 사람이었던 틸리히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언어가 현대인들에게 무의미 하고 부적절 하다고 깊이 느낀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교회 언어의 많은 부분이 너무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혼들을 구원하기 전에 개념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독교의 진리가 현대인들에게 의미있게 들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별히 틸리히는 종교생활을 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찾을 필요도 느끼지 않으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영적 공허로 괴로워하는 현대의 지성인들을 그의 사역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그들의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기독교의 복음을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이런 노력을 통해 그는 '지성인의 사도' 혹은 '우리 시대의 오리게네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틸리히 신학의 네 번째 특징은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집중한 문화신학이라는 데 있다. 틸리히는 일생 문화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이는 신학의 출발점은 인간의 물음인데 이 물음은 인간 문화를 통해서 표현되고 있다고 보았다. 즉 인간은 문화적 형식들로 둘러싸여 있고 이 문화적 형식들을 통하여 그 자신의 이해, 관심, 불안, 희망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아 그는 그의 시대의 인간의 물음이 제기되는 철학, 심리학, 심리 치료, 교육 이론, 정치, 경제, 사회학과 기술, 예전, 법률, 음악, 미술, 시, 소설, 도시 건축, 춤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었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종교적, 신학적 의미를 포착하려고 했다. 그는 자기 삶의 이런 모습을 "성인으로서의 나의 삶의 대부분을 조직신학 선생으로 보냈지만 종교와 문화의 문제는 언제나 내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조직신학을 포함한 내 저술의 대부분은 기독교가 세속문화와 관계 맺는 방식을 규정하려는 시도였다"고 표현하였다. 특별히 그는 종교를 현대문화의 한 특정한 영역 혹은 기능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에 반대하면서 종교는 인간 정신생활의 특별한 여러 기능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기능들의 깊이의 차원이라고 주장하였다.

틸리히 신학의 다섯 번째 특징은 실존주의적인 신학이란 점이다. 이런 실존주의적 신학은 특히 그가 4년 동안 군목으로 참전했던 1차 세계 대전의 비참한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형성되었다. 틸리히는 20세기는 1900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유럽의 경우 1914년의 일차 대전의 발발과 함께 시작되었고 미국의 경우 그 보다 반 세대가 늦은 1929년의 대경제공황으로 시작되었다고 보았는데 이는 그가 20세기를 실존적 절망과 불안, 부조리의 시대로 보았기 때문이다.

실존주의적 신학자로서 틸리히는 신학적 진리를 포함한 모든 진리는 언제나 역사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즉 진리는 플라톤의 철학에서처럼 영원하고 변화되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에 있지 않고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 안에서 발견된다고 보았으며 이 점에서 그는 칼 바르트와 날카롭게 구별된다. 바르트가 온전하고 순수한 기독교적 복음을 찾으려고 했다면 틸리히는 변화된 시대와 세계 속에서 그 복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하느냐를 가지고 고민하였다. 이 사실을 독일의 신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하인즈 잔트(Heinz Zahrnt)는 칼 바르트가 하늘을 쳐다보며 삼위일체의 영원한 상호관계를 명상했다면 폴 틸리히는 실재의 깊이를 내려다보면서 역사의 끊임없는 흐름에 사로잡혔다고 표현했다. 폴 틸리히 신학에 대한 입문서로는 박만, '폴 틸리히: 경계선상의 신학자'(서울: 살림출판사, 2003)를 추천한다.

박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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