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와 평강의 왕 '멜기세덱'

의와 평강의 왕 '멜기세덱'

[ 성서마당 ]

김회권 교수
2014년 04월 08일(화) 09:41

아브라함이 만난 영적 멘토

창세기 14장에서 아브라함은 자신에게 '엘 샤다이'로 알려진 하나님(창 17:1 출 6:3)이 자신보다 더 이른 시기에 예루살렘의 전설적인 성군(聖君) 살렘 왕 멜기세덱에게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엘 엘리온)'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믿는 '엘 샤다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엘 엘리온'으로 알려진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보고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는다. 히브리서 5장 10~11절, 히브리서 7장, 시편 110편, 쿰란 문서, 요세푸스, 필로, 창세기 아포크리파(Genesis Apocrypha), 제2 에녹서 등은 정경에서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 멜기세덱의 스토리를 더 깊이 파헤치고 있다. 그는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전에 이미 예루살렘을 다스렸던 전설적인 왕이자 제사장이었다. 그의 통치는 온전한 공평과 정의의 다스림이었다. 그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을 포함해 소돔과 고모라 등 다섯 도시국가를 유린했던 그돌라오멜 동맹군을 쳐부수고 개선하는 아브라함 일행을 출영하러 나와 아브라함을 위해 축복기도를 한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옵소서…"(창 14:19~20) 멜기세덱의 축복기도를 받고 난 후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친다.

멜기세덱은 두 가지 점에서 아브라함에게 깊은 감화를 준다. 첫째, 아브라함은 제사장에게 십일조를 바치는 관습을 배운다. 둘째, 멜기세덱의 엘 엘리온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비약적인 진보를 이룬다. "아브라함이 소돔 왕에게 이르되 천지의 주재이시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여호와'께 내가 손을 들어 맹세하노니…"(14:22)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늘로부터 온 계시만을 받아서 성장한 게 아니라, 이미 그 땅에서 존재하던 토착 종교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통섭하고 융합하여 재창조해 가는 과정에서 심화됐다. 이처럼 아브라함의 영적 성숙에는 동시대의 또 다른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들과의 교섭이 일정량 영향을 끼쳤다. 그는 주변 세계와 통섭하면서 영적 주체성과 독립성을 구축했지 고립주의적인 폐쇄주의로 빠지지 않았다. 기독교 신앙은 순례자의 도상을 걷는 아브라함처럼 자라고 성숙해간다.

멜기세덱을 하나님의 아들과 비슷한 천사적 존재로 묘사하는 히브리서는 이스라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방불케한 왕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창세기 저자나 히브리서 저자는 공히 이스라엘 역사 이전에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 멜기세덱이 예루살렘을 다스렸다는 전설을 받아들여 이스라엘의 배타적 선민사상과 이스라엘 구원사의 배타성 일부를 양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는 이미 세계 열방 중에 알려진 하나님 이해와 하나님 지식을 완전케하는 선교 사역에 부름받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이다.

김회권 교수
숭실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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